애플과 삼성의 협력 관계에서 앞으로 주목할 지점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서 애플을 고객사로 되찾을 수 있을지 여부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프로세서를 생산하던 당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연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때 90% 안팎에 이르렀다. 물론 파운드리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졌고 지금은 삼성전자도 다른 고객사를 여럿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애플은 여전히 삼성전자에 매우 중요한 잠재 고객사다. 애플의 프로세서는 TSMC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애플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는 삼성전자가 TSMC를 추격하는 데도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더구나 애플은 세계 IT 산업에 중심 역할을 하는 기업인 만큼 애플이 삼성전자의 3 나노 미세공정 등 첨단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한다면 엔비디아와 퀄컴, AMD 등 다른 대형 고객사들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위탁생산 확대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물론 애플은 칩게이트 논란이 재점화할 가능성과 삼성전자와의 경쟁 상황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파운드리 기술 고도화에 따른 단가 상승,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등 애플이 TSMC에만 의존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애플은 당장은 TSMC의 대만 공장과 미국에 신설되는 공장에서 모두 반도체를 수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TSMC는 가장 앞선 미세공정 기술을 도입하는 생산 라인은 대만에만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애플로서는 리스크를 분사하기 위해서라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협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반도체 파운드리 공정 기술 발전에 따라 단가가 상승하면서 애플 입장에서는 여러 곳의 파운드리 공급 업체를 활용해 가격 경장을 유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주요 반도체 설계 기업은 이미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TSMC가 사실상 전담하던 첨단 공정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물량을 삼성전자에 단계적으로 나누어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애플도 자연히 이들과 같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애플 내에 또 다른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들어 부품 공급망 일부를 내제화하려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애플은 반도체 분야에서 5G 모뎀, 블루투스와 와이파이 등 통신 반도체를 퀄컴이나 브로드컴 등 외부 기업에서 사들이는 대신 자체적으로 설계하는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위탁생산을 맡겨야 하는 반도체 물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삼성전자의 수주 기회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여러 사업 분야에서 끊임없이 경쟁하는 가운데도 각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협력을 더욱 확대할 수밖에 없는 프레너미 관계다.
프레너미 (frenemy) 란 : 프레너미(frenemy)는 "친구"(friend)와 "적"(enemy)라는 두 상반적인 단어의 합성어로 근본적으로는 혐오하거나 또는 경쟁자임에도 불구하고 친절한 사람" 또는 "친구와 적의 특성을 함께 갖는 사람"을 말한다
부품 공급망 수직계열화 구조를 더욱 발전시키는 삼성전자의 전략과, 자체 생태계에 연결되는 다양한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애플의 전략은 모두 두 회사의 협력을 통해서만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경쟁과 협력은 양사가 각자의 분야에서 성장하고 소비자들도 기술 발전의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경제학 > 경제학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시아 시총 1위 TSMC 성장의 비밀 (0) | 2024.02.19 |
---|---|
엔비디아: 컴퓨팅 세계를 뒤흔든 혁신의 선구자 (0) | 2024.02.17 |
카를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를 말하다 (0) | 2024.02.12 |
미국의 석유 및 천연가스 에너지 패권과 미래 전략 (0) | 2024.01.16 |
펀드의 두 얼굴: 공모펀드와 사모펀드의 이해 (0) | 2024.01.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