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는 선천적으로 타인의 관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상대의 상태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경험에 따라 서로 다른 인식과 해석을 내놓게 됩니다. 어떤 사람이 산에서 조난을 당했다고 가정해 보자, 여러분은 이 사람이 '목마름'과 '배고픔' 중에 무엇을 더 고통스러워했을 것이라 생각되는가? 만약에 여러분이 '목마름'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아마도 여러분 스스로가 지금 목이 살짝 마른 상태였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여러분이 '배고픔'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아마도 여러분이 지금 배가 살짝 고픈 상태였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그와 비슷한 상태를 스스로가 경험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대답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기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는 인간들은 우리의 의사전달이 항상 정확하고 객관적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오직 나 자신의 프레임 속에서만 자명한 것일 뿐 다른 사람의 프레임에서 보면 지극히 애매하게 여겨지기 마련입니다. 예일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연주자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려서 어떤 노래를 연주하게 하고, 청중은 그 노래의 제목을 알아맞히는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연주가 끝나면 청중은 노래 제목을 추측해서 적게 하였고, 연주자는 자신이 연주한 노래 제목을 상대방이 알아맞힐 확률을 추측해서 적게 하였습니다. 이 실험에서 연주자들은 청중이 노래 제목을 거의 알아맞힐 것이라고 응답했지만, 결과는 청중들이 노래 제목을 알아맞힌 비율은 3%가 채 안 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내가 무언가를 알고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당연히 그것을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자기 중심성(ego centrism) 편향성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편향성으로 인한 인식의 차이는 대개 의사소통의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잘못된 합의 효과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나의 생각 또는 나의 선택이 보편적인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기 중심성 인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거나 비슷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안다고 다른 사람도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이 하는 대표적인 오류 중 하나입니다. "어떻게 너는 이렇게 쉬운 것도 모르니?" "속 좁게 너는 장난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니?" 우리는 평소에 이런 말을 하거나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일상의 표현들은 바로 잘못된 합의 효과 false consensus effect)로 인한 것입니다. '잘못된 합의 효과'란 자신의 의견, 선호, 신념, 행동이 실제보다 더 보편적이라고 착각하는 '자기 중심성'을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사회 가치로 간주하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의견 더 나아가서는 내가 느끼는 감정까지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게 되면 내가 아는 것이니까 상대방도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가 역시 사람들 간의 원만한 소통을 방해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자기 중심성' 프레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해 자신의 이미지를 타인에게 투사하는 경향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주로 어떠한 평가를 많이 하는 편인가? 어떤 사람은 타인을 평가하거나 첫인상을 규정할 때 저 사람은 똑똑해, 능력 있어 보여, 좋은 대학을 다녀 등과 같이 '얼마나 똑똑한가?'라는 차원에서 볼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저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이야, 마음이 참 따뜻해 등과 같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가'의 차원으로 타인을 평가하기도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연구들에 의하면, 타인을 능력 차원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평가할 때도 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를 반대로 놓고 보면 자기 자신이 능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도 동일한 차원으로 평가하게 된다는 의사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저 사람은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것을 보게 되면,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 말을 하는 누군가가 어떤 사람인지 도는 그 누군가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걷는 모습, 옷 입는 스타일, 글씨체, 자주 듣는 음악, 혈액형 등을 통해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나를 잘 파악하고 있지 못한다고 또는 잘 모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나는 너를 알지만, 너는 절대로 나를 모른다.라는 편향성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분은 결코 치우침이 없이 객관적으로 다른 사람을 바라보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여러분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끊임없이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이 역시 '자기 중심성' 프레임을 과도하게 사용하게 되면서 나타나는 편향성 또는 착각 중 하나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주식을 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전체 투자자들보다 자신이 더 영리하다고 착각하여 다른 개인 투자자들이 다 잃더라도 나는 절대 잃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최근 들어 주식거래나 코인 투자에 있어서 성공에 대한 확신이 지나치게 높은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사람들이 그 분야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자신감을 최근 들어 사람들은 근자감 즉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근자감은 때때로 잘못된 판단과 행동으로 이어져 특히 투자와 관련하여 큰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을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을 평균 이상의 능력을 갖춘 운전자, 투자자, 기업가, 지원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 모두 사실은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감뿐 아니라 스스로의 자제력 또는 절제력 등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스스로가 유혹에 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일수록 오히려 평균 이상으로 유혹에 넘어가는 경향이 더 높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무언가에 빠지게 되는 대표적인 이유는 바로 스스로 자제력 또는 통제력을 과대평가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사이렌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선원들에게 자신을 기둥에 묶고 귀를 막고 풀어주지 말라고 한 율리시스 계약 이야기는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현실적이고 냉정한 자기 평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좋은 사례인 것 같습니다. 자기 중심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입장에 놓인 자신을 상상하는 것을 통해 타인의 의도나 태도 또는 감정과 욕구를 추론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조망 수용 능력(perspective taking ability)이라고 합니다. 조망 수용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내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며 내 말에 일리가 있다고 여기는 만큼 상대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고 상대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자세 또한 요구됩니다. 더 나아가 상대를 위하고 아끼는 진실함이 있다면 자기 중심성 편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방송에서 왜 당신의 시에는 유독 너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나태주 시인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만약 네가 아니라 나를 주제로 시를 썼으면 과연 그게 시가 되었겠는가?라고 어쩌면 자기 중심성 편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나태주 시인의 시구절처럼 내가 아닌 너를 보는, 꽃을 보듯 너를 보는 것과 같은 그런 관점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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