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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경제학이야기

창조의 힘「관용의 경제학」

by 발칙한상상가 2023.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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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웍스의 고정관념은 유명하다. 우리는 오랫동안 잘 생긴 주인공들이 판치는 대중매체에 노출되는 바람에 주인공은 반드시 출중한 외모를 가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져왔다. 특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 사업에서 이런 원칙은 한동안 불문율처럼 지켜졌다. 

이 원칙을 철저히 고수하는 기업이 미국의 애니메이션 회사 디즈니다. 디즈니의 작품에서는 여자 주인공은 반드시 예뻐야 하고, 남자는 반드시 왕자여야 한다. 디즈는 창업주 월트 디즈니(1901 ~ 1966)의 유지에 따라 가장 예쁜 것만을 아이들에게 보여준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문제는 이런 철학이 현실을 왜곡하고, 잘못된 성 관념을 심어준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독 사과를 입에 문 백설공주는 왕자에게 키스를 받고 살아난다. 그리고 두 사람은 결혼을 한다. 실로 황당한 이야기 아닐까? 만난 지 몇 시간이나 됐다고 그 둘이 결혼을 할까? 아무런 연고 없이 말이다. 동화를 열심히 읽어봐도 결혼이 성사된 이유는 하나뿐이다. 백설공주는 예뻤고, 남자는 왕자였기 때문이다. 

공주가 그렇게 떠나면 그동안 지극 정성으로 공주를 돌본 일곱 난쟁이는 뭐가 되나? 이들도 분명히 백설공주를 좋아했을 텐데! 잘생기고 부자인 왕자는 만나자마자 결혼하고, 키 작고 못 생긴 난쟁이는 오랫동안 백설공주를 돌보고도 버림을 받는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도 그렇다. 이 사람이 한 일이라고는 백 년 동안 잠만 푹 잔 것뿐이다. 그런데도 이웃나라 왕자님이 와서 키스를 하고 결혼을 한다. 공주는 예뻤고, 남자는 왕자였다. 무도회에서 신데렐라를 만난 왕자는 미친 듯이 신데렐라를 찾아다녔다. 이게 잘한 것인가? 유리구두 한 짝을 들고 전국을 돌아다닌 공무원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이건 엄청난 국력 낭비다. 왕자는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했냐는 거다. 둘의 인연이라고는 딱 10분 정도 춤을 함께 춘 것뿐인데 왕자는 신데렐라에 집착을 하고, 그 둘은 결국 결혼을 한다. 이 역시 여자는 예뻤고, 남자는 왕자였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이 왜곡된 세계관을 '아름다운 이야기'로 포장해 오랫동안 돈벌이에 활용했다. 디즈니의 등장 이후 수많은 사업자들은 디즈니를 흉내 내기에 바빴다. 예쁜 주인공을 등장시켜 팔아먹을 궁리만 한 것이다. 

디즈니에 맞서 '주인공의 외모는 출중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시장을 혁신적으로 개척한 기업이 있다. 바로 디즈니에 맞서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회사 드림웍스가 그 주인공이다. 1994년 설립된 드림웍스의 대표작을 살펴보면 <슈렉>, <쿵푸 팬더>, <드래곤 길들이기>, <마다가스카> 등의 주인공들은 전혀 멋지지 않다. 오히려 뭔가 좀 모자라고 찌질한 캐릭터들이 대거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슈렉? 당연히 못생겼다. 쿵푸 팬더? 완전 뚱뚱하고 찌질하다. <드래곤 길들이기>의 주인공 히컵도 힘없고 자그마한 바이킹이었다. <마다가스카>의 동물 주인공들도 예쁜 짓과는 거리가 멀다. 스토리의 결말도 우리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박살 낸다. 엔딩 장면에서 슈렉과 공주는 키스를 한다. 관객은 당연히 키스 뒤에 슈렉이 훈남으로 바뀔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결말은 황당하게도, 공주가 괴물로 변해 버린다. 재미있는 것은 주인공들이 괴물로 바뀌는데도 이런 결말이 전혀 불쾌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었다. 드림웍스는 디즈니가 만들어놓은 '예뻐야 성공한다.'는 애니메이션의 고정관념을 사정없이 부쉬는데, 이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성공 포인트가 됐다. 

한걸음 더 나아가보자 인간은 언제 창조적으로 일을 할까? 이 질문은 인간이 언제 창조적으로 일을 하지 못하는지를 살펴보면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사람은 군림하는 지도자 밑에서 일할 때 절대 창조적으로 일하지 못한다. 리더는 군림하는데 부하가 창의적일 가능성은 단 1%도 존재하지 않는다. 부하 직원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부장님을 찾았는데, 부장님이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일이나 열심히 하라!"라고 타박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직원에게 '아이디어를 찾는 일은 '쓸데없는 짓'이 되고 업무는 오로지 '정해진 일'을 하는 것이 된다. 이런 문화에서는 아무도 창조적인 시도를 하지 못한다. 군림은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직장의 상하관계 외에도 학교 선후배 관계, 연장자와 연하자의 관계 등 다양한 군림 문화가 존재한다. 그래서 수평문화에 익숙한 외국인들은 한국의 이런 독특한 군림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지리경제학의 거두이자 도시경제연구의 석학으로 불리는 토론토 대학교 경영대학원 리처드 플로리다교수는 2002년 「창조계급의 부상」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 '창조계급'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플로리다의 정의에 따르면 창조계급은 '창의성을 바탕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문화예술인, 건축가, 공학가, 디자이너, 교육자, 스포츠 종사자, 미디어 종사자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런 창조계급이 많은 지역이나 국가일수록 혁신과 성장이 빠르다. 플로리다 교수는 창조계급의 특징을 캐주얼과 시간왜곡, 자기만의 경험 등 세 가지로 요약한다. 캐주얼은 말 그대로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것을 뜻한다. 캐주얼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복장부터 자유롭다. 

창조계급의 두 번째 특징인 시간왜곡이다. 이 말은 창조계급은 시간을 자유자재로 주무르면서 사용한다는 뜻이다. 9시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것은 창조계급의 특징이 아니다. 집중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집중하고, 쉬고 싶을 때 마음껏 쉬는 것이 창조계급의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창조계급은 자기만의 경험을 즐긴다. 게임에 미쳐 그 경험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사람이 게임 산업을 혁신한다. 뛰어난 소몰리에는 와인을 즐기는 자신만의 경험에 몰입한 사람들 중에서 나온다. 미식가, 그림 애호가, 곤충 수집가 등도 마찬가지다. 자신만의 경험을 축적하려면 사람들에게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휴식이야말로 창조를 위한 가장 중요한 자양강장제다. 

문화산업이나 첨단산업이 발달한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이나 텍사스 오스틴 지역이 그런 곳들이다. 그런데 이런 도시들은 뚜렷한 특징이 있다. 그것이 바로 '똘레랑스(tolerance)'라고 불리는 관용성이다. 나와는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용납하는 문화가 창조도시의 가장 큰 특징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창조도시에는 외국인과 예술가, 성 소수자들이 많이 모여 산다. 실제 샌프란시스코만이나 오스틴 지역의 인구분포를 살펴보면 성 소수자의 거주 비율이 미국 도시들 중 유난히 높다. 물론 이 이야기가 '성 소수자들이 이성애자들보다 더 창의적이다.'라는 뜻은 전혀 아니다. 성 정체성과 창의력은 논리적으로 별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성 소수자들을 배척하지 않는 관용이 그 지역의 창조성을 높인다는 점이다. 

창의성은 고정관념을 혁파하고 수평적인 문화를 구축하는 곳에서 싹을 틔운다. 그리고 나와 다른 남의 모습을 인정하고 그들에 대한 따뜻한 관용을 품는 곳에서 꽃을 활짝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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