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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심리학이야기

감정과 행동 심리

by 발칙한상상가 2022.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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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과 검은색 공이 들어 있는 바구니에서 검은 공을 뽑으면 선물을 줄 것이다. 

여러분이라면 다음 중 어느 바구니에서 공을 뽑을지 선택해주시기를 바랍니다.

①번 바구니 : 10개의 공 중에서 검은 공이 1개
②번 바구니 : 100개의 공 중에서 검은 공이 8개

아마도 대부분은 두 번째 바구니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확률적으로 본다면 검은 공을 뽑을 확률은 1번 바구니가 10%이고 2번 바구니가 8%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당연히 확률이 높은 1번 바구니를 선택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1번이 아니라 2번 바구니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는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확률보다는 감정적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검은 공의 개수를 기준으로 감성적 판단을 하다 보니 검은 공이 한 개밖에 없는 바구니에서 그 한 개의 검은 공을 뽑기란 정말 어렵다고 느껴지게 됩니다.
반면에 검은 공이 8개 있는 곳에서 검은 공 한 개를 뽑는 것이 상대적으로 확률이 높다고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인간의 이러한 감정이 큰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이처럼 확률적 판단을 포함한 여러 형태의 판단이나 의사결정을 할 때, 이성이 아닌 사람의 감정이 휴리스틱으로 작용해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감정적 휴리스틱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어떤 정보를 제시받을 때 비율(%)보다는 숫자로 제시된 정보에 대해 더 높은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게임을 한 사람 중 10%의 사람이 승자가 될 것입니다.'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이 게임에서 승리할 확률이 낮다고 느끼게 됩니다.
반면에 '여러분 열 명 중 한 명만이 게임에서 이길 것이다.'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 한 사람이 누구일까를 생각한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 그 한 명이 자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도 한다고 합니다. 

한 병원에서 크리스라는 환자를 퇴원시킬지 말지를 경정하는 과정에서 심사자들의 소견을 다음의 두 가지 방식으로 제시하였다고 합니다.

A 소견서 : 크리스와 유사한 환자들이 퇴원 후 6개월 이내에 폭력적인 행동을 할 확률이 20%라는 사실이 관찰되었다.
B 소견서 : 크리스와 유사한 환자들 100중 20명이 퇴원 후 6개월 이내에 폭력적인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관찰되었다.

해당 연구 결과에 의하면, A 소견서를 본 사람 중 21%만이 크리스의 퇴원에 반대를 한 반면에 B 소견서를 본 사람들은 41%가 크리스의 퇴원을 반대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 결과들은 숫자 그 자체를 들은 사람들이 퍼센트로 표현한 숫자를 들은 사람보다 더 강한 감정적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만약 뉴스 보도에서 퍼센트가 아니라 숫자나 빈도로 무언가를 제사하는 경우에 그 보도 내용이 긍정적인 내용이라면 사람들은 더 긍정적인 인상을 받게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그 보도 내용이 부정적인 내용이라면 오히려 더 부정적인 인상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누군가에게 더 강한 감정적 반응이나 인상을 주고 싶다면 비율보다는 숫자나 빈도를 사용하는 편이 더 낫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70%의 소비자가 우리 회사의 제품을 최고로 뽑았습니다.'라고 말하기보다 '100명 중 70명의 소비자가 우리 회사의 제품을 최고로 뽑았습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부정적인 반응이나 인상을 조금이나마 완화해 주고 싶다면 숫자나 빈도보다 '불과 참가자의 3% 만이'와 같이 퍼센트로 그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긍정적 정보는 숫자나 빈도로, 부정적인 정보는 퍼센트나 비율로 제시하는 편이 감정적 휴리스틱 측면에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율과 빈도에 대한 사람들의 차별적인 감정적 반응과 관련된 논의들은 제품의 가격 인상이나 가격 인하 관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격 인상의 경우에는 인상 금액을 숫자로 말하기보다는 비율로 표시해주는 것이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감을 다소 덜어 줄 수는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가격 인하의 경우에는 인하 금액을 퍼센트로 말하기보다는 실제로 얼마에서 얼마로 내려갔는지 금액으로 표시해주는 것이 소비자의 심리적 혜택을 더 크게 느끼게 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위험과 이익에 대한 착각
무언가의 투자에 있어 위험이 높을수록 수익이 높고, 위험이 낮을수록 수익은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친숙한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이와 반대로 위험은 낮고 수익은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감정적인 휴리스틱은 때때로 위험과 이익에 대한 착각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투자 결정을 할 때 투자 위험과 수익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친숙하고 편안한 회사에 투자를 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을 집 편향성(Home bias)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집 편향성은 역설적으로 자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고 친숙하지 않은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경우에는 반대로 위험은 높고 수익은 낮다고 잘못 판단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행동경제학의 응용버전이라 할 수 있는 행동 재무학 분야에서는 이처럼 누가 봐도 훨씬 좋은 투자 제안을 마다하고 자신이 잘 아는 분야, 자신이 친숙한 분야에 집중해 투자하는 행동을 두고 친숙성(familiarity) 편이라고도 합니다.

통제 할 수 있다는 환상
직접 경기를 보러 가거나 TV로 경기를 시청하면 내가 응원하는 팀이 진다는 생각에 직관을 하지 않거나 TV 중계를 일부러 보지 않은 적이 한두 번씩은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과대평가하는 것을 감정적 휴리스틱에 의한 통제의 환상(illusion of control) 편향성이라고 합니다. 물론 사람들도 다 알고 있겠지만 내가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직관하지 않거나 TV로 보지 않는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 자체가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며 살고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는 확률과 상관없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자신이 직접 숫자를 고르면 복권 당첨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통제에 대한 환상은 어떨 때 더 많이 발생하게 될까요? 기존의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통제에 대한 환상은 자신이 친근하게 느끼는 대상일수록, 정보가 많은 상황일수록 또는 상황에 대한 몰입도가 높을수록 더 커진다고 합니다.
주변의 상황을 마음대로 움직이고, 제어하고 싶은 통제에 대한 욕구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어떠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을 때 실제로 집중력이 더 좋아지기도 하고 작업 성과도 더 좋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스스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더 의욕적이고 더 오랫동안 일에 매달리는 경향이 높다고 합니다.
이러한 통제력에 대한 환상은 불안한 환경에서 불안을 몰아내고 스스로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반면 통제력에 대한 환상이 없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무언가에 대한 시도를 포기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편 통제에 대한 욕구는 잘못된 환상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어떤 일이 성공했을 때 사람들은 그 일이 성공한 것은 내가 상황을 잘 통제했기 때문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에 어떤 일이 실패했을 때 사람들은 그 일이 실패한 것은 내 탓이 아니라 상황의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통제에 대해 잘못된 환상은 경우에 따라서 정보의 선택을 왜곡시키기도 하고 이에 따라 위험이 높은 상황에 부닥치게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통제력에 대한 환상은 긍정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지만 자기 과대평가와 섣부른 행동을 야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오류를 낳기도 합니다.

 

이러한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서 자기 자신의 영향력과 통제력에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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