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하나를 보고 열을 알 수 있을까?
여기에 고위 공직자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프로필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다음 중 어떤 후보를 선택할 것입니까?
A 후보 : 젊어서부터 술, 담배, 마약을 했던 불량소년이었습니다. 숨겨둔 여자와 자식이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다리가 불편해서 휠체어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B 후보 : 어려서 말썽꾸러기였고 낙제생이었으며, 사관학교도 3수 만에 들어갔습니다. 줄담배를 피우고 술고래였으며, 괴팍한 성격이어서 사람들이 가까이하기를 꺼렸습니다.
C 후보 : 독실한 신자였고 금욕주의자, 채식주의자였습니다. 술과 담배는 입에도 대지 않으며 애국심이 강해서 전쟁에 나가 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세 명의 후보 중에서 어떤 인물을 선택하였을까? 실제로 학생들에게 질문을 해 보면 압도적으로 C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 이 후보자들이 누구인지를 공개하면 학생들은 잠시나마 충격에 휩싸인 듯 자기 입을 틀어막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A 후보는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B 후보는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 C 후보는 독의 아돌프 히틀러였기 때문입니다.
이 설문 이야기는 '린다의 직업은 무엇일까?'라는 실험 이야기와 더불어 대표성 휴리스틱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사례 중 하나입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한두 가지 사실만으로 전체를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격언 중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사람들이 어떤 대상을 평가할 때 논리적이기보다는 직관적인 느낌에 의존하거나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대표적인 한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전체를 판단한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가 다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가능한 한 손쉽게 결론을 내리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정확성보다 신속성이 우선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휴먼 인덱스와 같이 대표적인 하나의 현상만으로도 충분히 상황을 판단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에는 계량적인 분석을 능가하는 효력을 발휘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한두 가지 사실만으로 전체를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 역시 많아지게 됩니다.
대표성 휴리스틱
사람들이 어떤 대상을 평가할 때, 한두 가지 속성을 기준으로 전체를 판단하거나 앞으로 발생할 사건의 확률을 과거의 경험에 기초해 판단하는 경향을 대표성 휴리스틱이라고 합니다. 이는 어떤 현상에 생기는 대표적인 특성 또는 고정관념을 판단의 근거로 삼는 단축 사고법 휴리스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사건이 전체를 대표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이를 통해 빈도와 확률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음은 '도박사의 오류'라는 개념에 관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금 여러분은 1913년 모나코의 한 카지노에 시간 여행을 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 룰렛 게임장에 모여 있습니다. 룰렛 게임은 빨간색, 검은색에 칩을 걸고 본인이 건 색깔이 나오면 그만큼 보상을 받는 게임입니다. 그런데 아주 흥미로운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20번 연속으로 검은색만 계속 나오는 상황이 일어난 것입니다. 여러분도 이 게임에 빠질 수 없지 않은가? 여러분이라면 빨간색에 걸겠는가? 검은색에 걸겠는가?
이 질문을 받았던 대부분의 학생은 그 당시 카지노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과 똑같이 빨간색에 배팅하겠다고 대답하였다.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순간 빨간색을 더 많이 선택한 것일까? 추측건대 20번이나 연속으로 검은색이 나왔으니까 이제는 확률상 빨간색이 나올 차례가 됐다고 확신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26회까지 계속해서 검은색이 나왔으며, 27번째 차례가 돼서야 드디어 빨간색이 나왔다고 합니다.
인간의 뇌는 순수한 우연에 제대로 대처하지를 못한다고 합니다. 이는 인간 사고의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입니다. 사람들은 표준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우연한 룰렛의 숫자에도 인과관계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성적으로 접근한답시고 우연한 상황을 어떤 표준에 따라 해석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부디 우연한 사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연한 사건은 합리적인 판단을 위한 최선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기준점 휴리스틱
행동경제학에서는 의사결정을 할 때의 기준을 기준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의사결정이 이 기준점에 이끌리는 현상을 기준점 효과라고 합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의 마음속에 입력된 정보는 닻 내림과 같이 기준점으로 자리 잡아 사람들의 마음을 제어하곤 합니다. 이처럼 기준이 되는 사항이 사람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경향을 우리는 기준점 휴리스틱이라 합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처음 인상에 남은 숫자나 언어가 또는 초기에 주어진 정보나 무의식 중에 입력된 정보가 닻이 되어 나중에 발생한 사건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합니다.
이처럼 기준점 휴리스틱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준점 휴리스틱으로 인한 편향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여러분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닻을 내리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여러분의 마음에 닻을 내리도록 내버려 두기보다는 결정적인 순간에 여러분 스스로 닻을 적절히 내리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직 자신만이 스스로 닻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났습니다. 상대방이 닻을 내리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여러분은 반드시 상대방이 내린 기준점에서 멀어져야 할 이유를 찾기 위한 조정 노력에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반대의 입장에서 여러분이 상대방에게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상황이라면, 상대방의 기준점으로 적용하게 될 닻을 잘 내려야 합니다. 흔히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우리의 목표치를 상대의 기준점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던지는 첫 기준점은 협상에서 매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한 연구에 의하면, 기준점을 내리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고개를 가로저으라는 지시를 받은 사람들은 기준점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조정이 이루어졌지만, 고개를 끄덕이라는 지시를 받은 사람들은 좀 더 기준점에 다가서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놓고 보면 우리가 무언가를 협의하고 협상할 때, 상대방에게 공감을 표시한답시고 함부로 고개를 끄덕이면 큰일이 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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