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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심리학이야기

심리적 회계와 행동 심리

by 발칙한상상가 2022.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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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용어 중 매몰 비용이 있습니다. 매몰 비용이란 이미 지출하여 어떠한 의사결정을 해도 다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합니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해놓은 것 도는 노력이 아까워서, 지금까지 기다린 것 또는 시간이 아까워서, 또는 지금까지 들어간 돈이 아까워서 기존의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계속 유지하려는 성향을 매몰 비용 효과(sunk cost effect)라고 합니다.
달리 말하면 시간, 노력, 금전 등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회수하는데 집착하는 심리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매몰 비용 효과 역시 우리가 손실을 이익보다 더 크게 평가하는 심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심리적 회계장부에 손실로 기재를 해야 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이미 적잖은 돈을 지불했거나 시간과 노력이 투입됐다면 그로 인해 무언가의 취득 효용을 얻어야 하지만, 중도에 포기를 해버리게 되면 취득 효용이 전혀 없어지기 때문에 심리적 회계장부에 손실로 기재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매몰 비용 효과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포기'라는 단어와 '존버'라는 신조어와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투자한 주식이 반 토막이 났습니다. 지금이라도 손절하고 매도를 해야 하나? 끝까지 버텨야 할까? 사람들은 투자한 돈, 시간, 노력이 아까우면 아까울수록 더 포기를 하지 못합니다.

때로는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지혜입니다.


콩코드 비행기는 세계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의 이름입니다. 이 여객기는 미국과 소련이 우주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면, 우리는 지구 상에서 가장 빠른 여객기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만들어진 영국과 프랑스의 합작품으로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이 투입된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러나 콩코드는 기존 여객기 대비 몸체가 좁고 수용인원이 제한적인 데 반해 연료 소모량이 많고 탑승 비용 또한 엄청난 고가였다고 합니다. 거기에 세계 경제 불황, 오일 쇼크 등을 거치며 실용성과 경제성이 떨어지는 콩코드 여객기는 점점 외면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영국과 프랑스는 양국의 자존심과 스스로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인해 끝까지 콩코드기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된 적자를 감당하며 끌고 오다가 결국 2000년 콩코드가 폭발 사고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자 누적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2003년에 프로젝트는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까지 쏟아부은 막대한 투자가 쓸모없게 된다는 논리로 계획을 중단하지 못하고 더욱더 큰 적자를 내는 상황을 빗대어 콩코드 오류(concorde fallacy)라고 하는 것입니다.
즉 콩코드 오류는 어떤 행동을 선택하여 추진하게 되면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이를 정당화하는 의사결정과정과도 관련이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매몰 비용과 콩코드 오류와 관련된 사례를 수도 없이 만나게 됩니다.
여태까지 프로젝트 준비에 쏟아부은 돈과 노력을 생각하면 도저히 이렇게 물러설 수 없다는 사람들, 넷플릭스에서 시리즈물을 중간까지 봤는데 점점 재미가 없어져도 이것을 끝까지 봐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사람들, 태풍이 오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방송에 나오고 있는데 환불 불가 예약금이 아까워서 지리산 계곡 펜션을 향해 길을 나서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모두 매몰 비용과 콩코드 오류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신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이미 들어가 버린 매몰 비용을 포기한다는 것은 과거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우리 격언 중에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일 뿐이라는 의미입니다. 

즉 매몰 비용을 무시하라는 뜻입니다.
어차피 과거에 집행된 비용을 되찾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몰 비용이 미래의 결정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행동을 하고자 할 떄 여러 가지 방해 요소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는 법입니다.
앞으로 우리들은 더 투입해야 할 돈이나 시간 그리고 노력을 다른 곳에 투자하면 어떤 이익이 생길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이때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과거에 이미 써버려 다시 찾을 수 없는 지출은 기회비용에 넣지 않는 것입니다.

마음속 회계장부가 존재한다.

첫 번째 상황 : 가격이 50달러인 콘서트 티켓을 사려고 갔는데 50달러를 잃어버린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50달러를 잃어버리기는 했지만 다시 티켓을 구매할 돈이 있다면 여러분은 콘서트 티켓을 시 구매하겠습니까?


두 번째 상황 : 전날 50달러를 지불하고 산 콘서트 티켓을 가지고 콘서트장에 갔는데 티켓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티켓을 잃어버리기는 했지만 다시 티켓을 구매할 돈이 있다면 여러분은 콘서트 티켓을 다시 구매하겠습니까?

두 가지 중 어떤 상황에서 더 많이 콘서트 티켓을 다시 구매했을까? 정답은 첫 번째 질문입니다. 실제 실험에 의하면, 첫 번째 상황에서는 88%의 사람들이 티켓을 다시 구매하겠다고 대답하였으며, 두 번째 상황에서는 46%의 사람들만이 콘서트 티켓을 구매하겠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상황에서 잃어버린 현금 50달러는 사람들의 마음속 회계장부에서 오락비 계정으로 기입되어 있지 않았지만, 두 번째 상황에서는 콘서트 티켓을 분실한 상황에서 다시 50달러짜리 콘서트 티켓을 구매한다면 그 티켓 가격은 오락비 계정 항목에 포함되어 결국 오락비에 100달러를 지출하는 샘이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콘서트를 보는데 총 100달러를 지불하는 것은 오락비로서 너무 과하다는 생각에 두 번째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티켓 구매를 주저하게 된 것이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마음에 돈을 분류하고 기장하는 심리적 가계부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행동경제학에서는 심리적 회계장부(mental accounting)라고 합니다. 우리말로는 심리적 회계, 심적 회계 등으로도 불립니다. 심리적 회계의 특징 중 하나는 사람들은 적자로 회계를 마감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불한 비용만큼 혜택을 얻지 못하는 경우 아직 본전을 못 뽑았다고 몹시 아쉬워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잔존가치에 대한 심리적 회계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의 하나가 바로 소유효과에서도 살펴보았던 보상판매(trade in)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상판매는 소비자가 사용하고 있던 기존 제품에 남아 있는 잔존가치를 보상해 줌으로써 신규 구매에 대한 심리적 불편함을 완화시켜줄 뿐 아니라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에 대한 명분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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