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의사결정을 할 때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하여 시간과 노력을 들여 준비합니다. 그렇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직감에 맡기거나 논리보다 감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사람의 감정이 배제된 합리적 사고는 불가능한 것일지 모릅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의사결정 시 의존하고 영향을 미치는 어림짐작, 직관적 판단, 경험적 지식과 같은 의사결정의 단순화 전략을 휴리스틱(Heuristic)이라고 합니다.
지나치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때로는 직관적 결정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직관(intuition)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각적 경험입니다. 그래서 직감이라고도 합니다. 직관은 경험에 의존하기 때문에 많은 단련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직관은 인간의 의식적인 사고를 능가할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의 지름길, 휴리스틱은 때때로 우리가 의사결정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어떠한 일이 일어날 빈도나 확률을 판단하려면 상당한 양의 정보를 수집하여 분석하고 논리적인 추론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는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논리적 사고 체계보다 경험에 의존한 직관적인 사고 체계를 이용해 의사 결정해야 하는 생각의 지름길을 필요로 합니다. 이와 같은 의사 결정의 단순화 전략이 바로 휴리스틱이라 할 수 있습니다.
휴리스틱의 핵심은 단순하게 생각하고 더 나아가 신속하게 판단하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휴리스틱에 대하여 불완전하지만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휴리스틱은 선택의 갈림길에 선 인간이 내리는 비합리적인 결정을 설명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그러나 휴리스틱은 때때로 매우 심각하고 체계적인 오류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완전한 정보를 모을 수 없을 때 또는 그럴 필요가 없을 때 또는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져 들어올 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무의식중에 휴리스틱에 의지하곤 합니다. 휴리스틱을 사용한다는 것은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것이 항상 바람직한 판단과 선택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의 비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이상 현상 그리고 예측할 수 있는 실수를 설명하기 위하여 휴리스틱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의 정보처리 과정을 크게 시스템 1과 시스템 2의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휴리스틱은 바로 자동 시스템이라고도 불리는 시스템 1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는 순간적이고 본능적인 판단에 해당합니다. 이 시스템은 대게 매우 유용합니다. 하지만 휴리스틱을 사용하는 자동 시스템은 가끔 오류나 사람들의 착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위에서 말하는 예측 가능한 오류나 편향성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휴리스틱을 통한 자동 시스템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너무 많은 생각이 독이 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직감을 믿고 밀고 나가는 편이 더 결과가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여러분의 좋은 점과 싫은 점 중에서 어떤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싶어 하나요? 당연히 사람들은 좋은 점을 많이 듣고 싶어 할 것입니다. 반면에 싫은 점에 대한 이야기는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다음의 실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앞으로 이러한 생각은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연구에서 BMW가 좋은 이유를 적어달라는 요청을 하는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연구자들은 한 그룹에는 좋은 이유를 1개만 적어달라고 요청하였으나 다른 한 그룹에는 좋은 이유를 10개를 적어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실험 참가자들에게는 BMW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하였습니다. 실험 결과에 의하면, 좋은 이유를 1개만 적어달라고 한 집단의 선호도(5.8점)가 좋은 이유를 10개 적어달라고 한 집단의 선호도(4.2점) 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설명은 이러합니다. 장점을 1개만 적은 피험자들은 자신들이 장점을 적은 확실한 이유를 통해 BMW에 대한 선호도가 더 좋아진 것입니다. 반면에 장점을 10개 적어달라고 요청받은 그룹의 피험자들은 실제로 3~4개의 좋은 이유만을 찾는 데 그쳤고 이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BMW가 좋은 이유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인식하게 되면서 BMW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게 된 것입니다.
무언가의 장점을 많이 나열해보라고 했더니 오히려 무언가에 대한 인상이 예전만 못해졌다는 것입니다. 즉 하나의 장점에만 집중하는 게 더 좋을지도 모릅니다.
사람의 기억 구조는 너무나 복잡해서 뭐라 단정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위의 연구 결과들은 좋은 내용을 많이 전달하는 것보다 하나에 집중해서 전달하고 명확하게 기억시키는 게 브랜드 선호도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기억에 남기 쉬운 정보는 이용가능성 또한 높아집니다. 때로는 기억에 남아 있는 사례를 활용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확률과 빈도에 대한 평가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이용 가능성 휴리스틱
때로는 많은 내용보다 회상 용이성이 더 중요해집니다. 이처럼 회상 용이성을 중요시하는 의사결정 성향을 이용 가능성 휴리스틱이라고 합니다. 이를 다르게 말하면 '사람들이 어떠한 사례가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정도로 확률이나 빈도를 판단하는 과정 또는 과장하는 편향이라 말할 수 있으며, 때로는 '회상 용이성 편향성'이라고도 합니다.
사람들은 우리들의 생각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각자 인지적 정보처리 능력에 한계를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한 두 가지 외 대부분의 정보는 기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의사결정의 지름길이 바로 회상 용이성 휴리스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많이 전달해 봐야 소용없습니다. 기억이 잘 나는 분명하면서도 좋은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접하는 미국에서 벌어진 총기 사망 사건에서 자살과 살인(타살) 중에서 어떤 사망의 비중이 더 높다는 생각을 가지게 될까? 대부분은 살인의 비중이 더 높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총기로 인한 자살의 비율이 총기로 인한 살인보다 두 배가 더 높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응답자들이 총기로 인한 타살의 비중이 더 높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과거에 뉴스나 신문을 통해서 충격적인 총기 사건들을 더 많이 접했었기 때문에 기억에서 더 쉽게 인출되는 살인 총기 사건이 더 선명하게 생각나면서 나타난 오류입니다.
사람들은 쉽게 떠오르는 기억의 사건들이 실제 발생 가능성 또한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어떤 경우에는 기억에 남아있는 사례를 활용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확률과 빈도에 대한 평가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뇌리에 박힌 기억이나 주의를 끄는 사건들은 그 확률과 빈도를 과대평가하는 편향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즉 쉽게 기억나고 쉽게 상상할 수 있다면 그것이 그만큼 자주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주 일어나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잘 기억하고 있고 관심을 끌었기 때문에 쉽게 떠올리는 것입니다.
회상 용이성의 강점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과 기여도를 상대방보다 더 선명하게 기억하게 됩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정보처리를 하는데 최소한의 인지적 자원만을 이용하려는 인지적 구두쇠라 불리는 인간의 성향을 간과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실수입니다. 여러분의 입장에서는 좋은 점을 많이 듣고 싶고 또 많이 전달하고 싶은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용 가능성 휴리스틱의 관점에서 보면 많은 내용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당장 떠오르는 한 두 가지 기억과 생각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메시지의 회상 용이성을 높이고, 강력한 원 투 펀치로 승부수를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자신과의 관련성이 높은 경우에는 회상 용이성보다 회상 내용이 더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단점은 듣기 싫어도 최대한 많이 떠올리게 하라
앞에 행동 심리 연구에서 BMW가 나쁜 이유를 적어달라는 요청을 하는 실험도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한 그룹에게는 나쁜 이유를 1개만 적어달라고 요청하였으나 다른 한 그룹에게는 나쁜 이유를 10개를 적어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마찬가지로 BMW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하였습니다. 실험 결과에 의하면, 앞선 실험과는 정반대로 나쁜 이유를 10개만 적어달라고 한 집단의 선호도(5.7점)가 나쁜 이유를 1개 적어달라고 한 집단의 선호도(4.5점) 보다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나쁜 이유를 10개 적어 내라고 지시받은 그룹은 실제 3 ~ 4개의 나쁜 이유만을 찾는 데 그쳤고, 이로 인해 나쁜 이유가 그리 많지 않다고 인식하게 되면서 그 결과로 BMW에 대한 선호도를 높게 평가하게 된 것입니다. 즉 부정적 속성에 대한 회상의 어려움이 그 정도로 크게 나쁘지 않다는 평가로 이어진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무엇간의 단점을 많이 떠올리라고 했더니, 오히려 무언가에 대한 인상은 의외로 좋아졌다는 것입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더 이상 단점이 떠오르지 않을 때까지 또는 더 이상 고객의 불만 사항이 떠오르지 않을 때까지 물어보고 또 물어보는 자세를 갖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때때로 사람들이 불만이나 불평을 다 토해내고 나면 화난 감정이 누그러지기도 하는 것과 유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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