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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심리학이야기

감정의 오귀인 현상(mis-attribution of emotion)

by 발칙한상상가 2022.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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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한 장소에서 데이트를 할 때, 커플 성공률이 높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여의도 불꽃 축제에 가거나, 놀이공원에 가거나, 음악 소리가 쿵쿵거리는 클럽에서 데이트를 하고 있다고 한다면, 일단 서로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해하는 분위기는 생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 행여나 이야깃거리가 바닥이 나서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흐르게 될 때도 잠시 불꽃 구경이나 음악에 심취한 것으로 여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시끄러운 주변 소리 때문에 상대방의 이야기가 잘 안 들린다고 서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핑계거리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많은 군중의 함성 소리와 음악 소리는 그들의 기분을 들뜨게 만들어 주기에 충분할 것 같고 그러다 보면 이렇게 만들어진 기분 좋은 감정과 즐거운 흥분이 바로 옆에 있는 데이트 상대의 매력 때문에 생기는 것과 같은 착각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감정의 오귀인 현상(Mis-attribution of emotion)이라고 합니다. 

보통 귀인(attribution)이라 함은 어떤 일이 왜 일어났는지를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 또는 어떤 일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추론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오귀인(mis-attribution)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일의 원인을 잘못 추론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두려움, 긴장, 기쁨, 슬픔에 대한 생리적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마치 여러분이 타고 있던 차가 트럭에 충돌할 뻔했을 때 심장이 벌렁벌렁 뛴 것이 놀람과 두려움의 반응이었다면, 막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린 후 아직도 뒤고 있는 심장은 흥분과 즐거움의 반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두 가지 상황이 겹치게 되는 경우에 사람들은 그 원인이 되는 감정을 때때로 잘못 추론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감정의 오귀인 현상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뜻밖에도 이러한 감정의 오귀인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 꽤 많이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것도 다른 사람의 판단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 그룹에게는 따뜻한 커피를 다른 한 그룹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고 낯선 사람의 신상 정보가 담긴 파일을 보여주고 그의 성격을 평가해보라고 했습니다. 그 결과 따뜻한 커피를 마신 그룹에서는 이 사람을 친절하고 인자한 것 같다고는 대답한 반면 차가운 커피를 마신 그룹에서는 이 사람을 무뚝뚝하고 말 걸기가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커피 속 카페인 역시 사람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고 합니다. 만약 우리가 어떤 사람 또는 회의에서 우호적인 인상을 남기고 싶다면, 따뜻한 커피를 함께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면에 여러분이 누구로부터 투자를 권유받거나 냉정하게 그 사람을 평가하는 자리라고 한다면 오히혀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권하는 바입니다.
'캥거루 케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미숙아를 엄마 품에 안겨서 정서적 또는 신체적 치유를 돕는 치료법 입니다. 캥거루 케어 중인 아기는 채혈을 하거나 주사를 놓아도 잘 울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맨 살이 맞닿을 때 분비되는 옥시토신이 고통을 줄여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를 접촉 위안(contact comfort)라고도 합니다. 심지어 내 손으로 내 몸을 감싸 스스로 안아주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위로를 받는다고 합니다.
신체적인 따뜻함은 다른 사람들을 더 따뜻하게 느끼게 해줄 뿐만 아니라 우리들 스스로를 더 따뜻하게 해 줍니다. 더 나아가 남에게 더 관대하고 남을 더 신뢰하게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한편 '배고픈 판사는 위험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판사들의 가석방 관련 판결을 분석한 결과, 점심 식사 전의 가석방률은 15%에 불과했지만, 점심 식사 직후에는 가석방률이 65%로 크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처럼 식사 전에 가석 방율이 낮게 나타난 것은 어쩌면 가석방 심사 당시의 배고픔과 피곤함과 같은 불편한 느낌이나 감정들을 판사들이 가석방 거부의 증거로 받아들였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는 아무리 훈련이 잘된 전문가라 할지라도 배고프고 지치면 의사결정이 의지와 상관없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피로를 느끼거나 탄수화물을 적절하게 섭취하지 않았을 때는 의사결정이 다소 보수적인 쪽으로 기울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어떻게 본다면 이성적인 의지력을 유지하려면 적절한 양의 탄수화물로 배를 채우고 피로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냉정하고 보수적인 판단을 하고자 할 때 또는 조금 더 마음을 열고 너그럽게 또는 많은 가능성을 고려하고자 할 때는 각각의 상황에 따라 여러분의 배고픔과 피곤함을 잘 조절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좋아하면 판단하지 않는다.
'좋아하면 판단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말은 똑같은 말이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평가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메시지'의 내용보다 '누가' 말하는 가가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집니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면 그가 한 말과 행동 그리고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좋게 받아들이게 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어떤 대상에 대한 감정이 그와 관련된 다른 것에까지 옮겨가는 현상을 감정 전이(emotion transference) 현상이라고 합니다.
비슷한 조건과 가격을 제시한다면 누구라도 '호감'이 가는 판매원에게 상품을 구매하고 싶어 할 것입니다. 이처럼 사람들의 이성적인 판단은 그리 주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선택은 많은 경우에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객관적인 정보들은 사람들의 감정적인 선택을 정당화해주는 보조자료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반대할 때 이런저런 나름대로 합리적은 근거를 끌어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근거들은 대부분 자신의 감정을 정당화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의식하고 있든 의식하지 못하고 있든 그 이면에는 '나는 당신이 싫다. 고로 나는 당신의 말에 반대한다'라는 의미가 깔려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이 좋으면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이 다 긍정적으로 느껴지는 반면 그 사람이 싫으면 모든 것이 다 부정적으로 느껴집니다. 이런 방식으로 '호감'이라는 감정 역시 감정의 오귀인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입니다.

라포르 형성의 중요성
미국의 유명 경영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서로 짝을 지어준 다음 이메일로 거래와 관련된 협상을 하게 하였습니다. 
학생들의 절반에게는 단순히 협상만 하면 된다고 하였으나 다른 절반에게는 협상 상대의 사진을 보여 주고 간단한 신상 명세를 알려준 다음 협상하기 전에 잠시 이메일을 통해 서로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였습니다.

그 결과 단순히 협상만 하라고 했던 절반의 학생들의 경우 협상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한 비율이 29%에 달했지만, 협상하기 전에 서로를 알아보는 시간을 갖은 그룹에서는 합의 도출에 실패한 비율이 단시 6%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사람들 간의 친밀감 또한 사람들의 의사결정과 판단에 영향을 유의미하게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라포르 또는 라포르라고 불리우는 개념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라포르(rapport)는 상호 간에 신뢰하며 감정적으로 친근감을 느끼는 공감적인 인간관계 또는 그 친밀도를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입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라포르를 형성하는 것, 즉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가족 간의 라포르뿐만 아니라 교수와 학생 간, 의사와 환자 간, 기업과 소비자 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협상은 사람과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성공적인 협상은 상대방과의 친밀감, 즉 라포르를 형성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상대방과 라포르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메시지나 감정을 전달하는 관계 지향적인 대화가 필요합니다. 유사성의 원칙을 활용하여 비슷한 경험이나 취미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라포르를 형성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을 이성과 합리로 판단하기 전에 감정과 직감으로 먼저 반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보다 상대방에 대한 마음이 먼저입니다. 상대방에게 내 말이 통하도록 하려면 만남과 대화를 통해 친밀감을 쌓아 먼저 마음의 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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