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 효과
사람들에게 식당에 가서 어떤 메뉴가 실제로 합리적인 메뉴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어쩌면 사람들이 어떤 메뉴를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고 싶어 하는지가 더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성향은 타협 효과와 연관하여 설명할 수 있습니다.
타협 효과(compromise effect)란 두 가지 선택 대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세 번째 대안이 추가될 때, 중간 수준의 무난한 대안에 대한 선택 확률이 증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달리 말하면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대안을 만들어 비교하게 만들면 사람들은 중간의 대안을 선택하게 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가설 중에서 대표적인 것 중 하나는 극단적 회피(extreme aversion) 성향을 들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극단적인 것을 회피하고자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간 수준 대안의 선택 확률이 높아진다고 보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이유에 근거한 선택(reason based choice) 이론을 들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대안이 가장 높은 효용을 제공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할 수 있는 가장 타당한 이유를 주는 대안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5만 원짜리 요리는 너무 비싸고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반면에 2만 원짜리 요리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는 손이 가도 누군가를 대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꺼려지기에 십상입니다.
이때 중간에 위치해 있는 3만 원짜리 메뉴는 매우 매력적인 선택 대안으로 느껴지게 됩니다.
그밖에도 사람들은 무언가를 양극단으로 나누기보다 세 개 정도의 범주로 분류할 때 더 편안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우리가 정치 성향을 보수, 중도, 진보 딱 세 가지로 나누며 살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떤 경우에 사람들은 중간이 안전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를 소위 '매직 넘버 3' 또는 '진선미 효과'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때때로 타협 효과는 가격뿐만 아니라 크기와 용량에도 적용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무엇이든 비교하는 걸 참 좋아하지만, 너무 많은 비교 대상이 있으면 비교 자체를 아예 포기해버리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택 대안이 너무 많거나 비교 자체가 너무 복잡한 경우에는 결정 마비 현상이 나타나 구매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생긴다는 유지 편향성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복잡한 비교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선택의 문제는 항상 난해한 법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 여러분이 제시해할 대안의 수는 어쩌면 딱 세 개면 충분할 수 있습니다.
유인 효과
신제품이라면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기존 대안의 선택 확률이 결코 높아질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기존 제품에 비해 비대칭적으로 열등한 신규 대안이 등장하게 되면 기존 대안의 선택 확률은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확실히 조건이 떨어지는 상품이 새롭게 선택의 범주에 추가되었을 때 품질이 높은 기존 대안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아지는 것을 유인 효과(attraction effect)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기존 제품에 비해 비대칭적으로 열등한 신규 대안을 미끼(decoy)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미끼는 사람들의 선택을 하는 데 있어 의사결정의 기준점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유인 효과는 판매자가 의도적으로 선택 대상이 아닌데도 처음 제시한 품목보다 더 못한 대상을 보여주거나 제시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가끔은 판매자들이 이윤이 많이 남거나 또는 재고가 많이 남아 있는 제품을 많이 팔고자 하는 목적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이러한 미끼 상품을 자주 활용하기도 합니다.
가격 비교의 편향성
사람들은 항상 비교합니다. 사람들은 비교를 통한 무언가의 차이에 큰 비중을 두며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물건을 살 때도 꼼꼼하게 비교하며 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때때로 비교는 오히려 실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수많은 선택 대상을 비교하는 과정에서는 오류가 발생하곤 합니다.
사람들은 합리적으로 가격을 비교하고 구매를 할까요?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근거로 비싸다는 것과 싸다는 것을 판단하고 구매할까요? 우리들이 가격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정확히는 가격의 비교를 통해서 이를 판단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사람들은 비교할 대상이 항상 필요합니다.
우리들이 세일하는 제품의 세일 전 원래 가격이 궁금하여 이를 확인하고 세일 가격이 붙어있는 견출지를 손톱으로 슬며시 때서 확인해보려 한 경험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물건의 가격은 무언가 비교할 대상이 있어야 대조 효과(contrast effect)가 발생하면서 비로소 비싸거나 싸게 느껴집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정가를 통해서 해당 제품의 가격 타당성을 판단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가격 품질 연상 휴리스틱이라고도 부릅니다. 사람들에게는 저렴하게 구입했다는 거래 효용이 높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원래 가격이 비싸고 그만큼 품질도 우수하다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취득 효용 또한 높다는 점도 중요한 것입니다.
무료는 비교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사람들은 공짜에 매우 약합니다. 다른 말로 무료 소비자로 하여금 전에는 사려고 생각해보지도 않았지만 갑자기 흥미가 생기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그저 손에 얻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강한 만족감을 느끼게 합니다.
때때로 무료는 비교의 균형을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다음의 간단한 가격 비교에서 어느 쪽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지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A 상품은 정가 5,000원에서 할인가 2,000원, B 상품은 정가 1,000에서 할인가 무료입니다. 누가 이런 어리석은 질문을 하겠는가 싶지만, 혹시 여러분은 B 상품에 더 눈길이 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득은 A 상품이 더 큽니다. 이를 꼼꼼히 따져보면 실제로 A 상품은 3,000원을 할인받은 것이고, B 상품은 1,000원 할인받은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할인으로 인한 소비자의 이득 관점에서는 A 상품이 더 나은 선택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말도 여러분에게 그리 설득력 있게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무료의 힘은 강력합니다.
사람들이 무료의 매력을 필요 이상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공짜가 가장 이득이 되는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무료는 실패해도 손해 보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무료를 선호하는 경향은 손실 회피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득보다 손실 회피를 더 선호하며, 손실 회피를 위해 확실한 리스크 제로를 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무료는 때때로 독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평생 무료도 아닌 넷플릭스의 한 달 무료 체험과 같은 한시적 무료 서비스는 더욱 그렇습니다. 여기에는 무료로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그 후에는 사람들의 소유효과 편향성과 현상 유지 편향성 등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마케터들의 의도가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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