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심리학/심리학이야기

비교와 행복

by 발칙한상상가 2022. 7. 25.
반응형

질적 속성보다 양적 속성이 비교가 더 쉽다.

사람들은 어떠한 서비스를 받는 전체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까 아니면 소요 시간에 상관없이 실력과 기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까? 실제로 사람들은 실력과 기술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어떤 일에 소요된 전체 시간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관 열쇠를 잃어버려 열쇠 가게 사장님이 30분이나 걸려 문을 열어주었을 때와 1분 만에 뚝딱 문을 열어주었을 때, 여러분은 어떤 경우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것 같은가? 만약 같은 비용을 지불하는 조건이라면 누구에게 더 고마워할 것 같은가? 아마도 여러분 혼자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 할지라도 1분 만에 뚝딱 문을 열어 버린다면 여러분 입에서는 아마 이런 말이 툭 튀어나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뭐야, 이렇게 간단한 거였어!" 참 아이러니하지만 아마도 여러분은 기술이 부족해서 30분이나 걸려 문을 열어 준 열쇠 가게 사장님에게 더 많은 비용을 드리거나 고마움을 더 많이 표시하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무언가를 평가할 때 실력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에 들이는 노력과 그에 투입된 절대 소요 시간에 더 큰 만족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어떤 기술의 어려움이나 숙련도는 비교가 용이하지 않지만, 시간은 비교가 매우 용이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항상 미용실을 다녀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아무리 손질할 게 별로 없는 중년 남성의 허접한 헤어스타일이라 할지라도 머리를 감고 커트를 하고 다시 샴푸를 하고 스타일링을 다 하는데 30여 분이 채 걸리지 않을 때는 약간 커트 비용이 아깝게 느껴지기도 하고 감사하는 마음도 덜 생기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서비스들은 기술이나 실력의 숙련도를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기보다는 시간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두 개의 일자리가 있습니다. 하나는 연봉은 8천만 원이지만 일은 단조로운 편입니다. 다른 하나는 연봉은 7천만 원이지만 일은 흥미로운 편입니다. 여러분은 이 중에서 어던 일자를 선택할 것 같은가요? 사람들은 불분명한 장단점보다 비교가 용이한 수치로 확실하게 드러나는 차이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아마 여러분들은 첫 번째 일자리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천만 원을 더 받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다가옵니다. 7천만 원의 연봉을 선택한 사람들은 급여의 차이에 큰 비중을 두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이 일이 주는 행복감과 연봉을 비교하게 됩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직접적인 유용성을 선택하게 되고 이후에 오는 단점은 나중에 따져보자고 하게 됩니다. 이러한 경향은 앞선 내용에서 다루었던 근거리 미래의 실행 가능성 중심 평가 성향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그러나 선택 이후의 상황에서는 평가가 어려웠던 질적 속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앞선 내용에서 다루었던 원거리 미래의 바람직성 중심의 평가 성향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난 사실을 쉽게 알 수 있고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상의 특징에 큰 의미 또는 비중을 두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어떠한 오류를 내포하고 있을까?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실제로 사람들이 짜증이 날 때는 보수가 낮은 것보다 힘든 일을 할 때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즐겁지 않은 일에서 오는 부담은 일상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와 달리 보수의 이점은 생각보다 일상적으로 잘 인식되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렇듯 사람들은 무언가를 비교할 때, 질적인 속성보다 겉으로 드러난 사실, 즉 쉽게 알 수 있고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상의 양적 속성에 너무 큰 비중을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합리적인 판단의 근거를 위해 많은 비교를 하고 있지만 그 비교의 결과가 때때로 잘못된 선택을 이끌기도 한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교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떤 물건을 고르거나 선택을 하게 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비교 요인이 나중에 가서도 또는 계속해서 그것을 사용할 때도 중요한 요인인지에 대하여 충분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때때로 비교 대상이나 비교 방법만 잘 선택하기만 해도 사람들은 조금 더 행복해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하버드 대학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절대적으로 나은 결과보다 정도는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더 나은 결과에 더 높은 만족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만일 여러분에게 '동료에게는 3천만 원, 여러분에게는 6천만 원'의 연봉 안과 '동료에게는 8천만 원, 여러분에게는 7천만 원'이라는 두 가지 연봉 협상안이 제시되었다고 가정을 해보자. 두 가지 연봉 협상안 중에서 여러분이라면 어떤 연봉 안을 선택할 것 같은가? 당연히 당사자에게는 천만 원이 더 많은 7천만 원의 연봉 안이 더 이익이지만, 의외로 사람들은 천만 원이 더 적더라도 동료보다 3천만 원을 더 받는 첫 번째 연봉 안을 더 많이 선택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절대적인 만족이 아니라 상대적 만족 또는 상대적인 풍요로움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나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의 수입에 민감한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실례인지는 알지만, 혹시 연봉이 얼마세요?"라고 묻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이는 연봉 또는 월급을 통해서 내가 사회적으로 어떠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 비교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니얼 카너만은 인간의 행동을 결정짓는 것은 논리와 같은 합리적인 요소가 아니라 심리적인 요소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인간이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는 인간은 재화 그 자체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기준으로 만족도가 달라지는 준거 의존형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미국 코넬대학교의 심리학과 연구팀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의 시상식 표정을 10점 만점의 행복척도로 측정을 하였습니다. 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메달 색깔이 결정되는 순간과 시상식 모두에게 은메달을 딴 선수보다 동메달을 딴 선수들이 더 행복한 표정을 지었던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이처럼 은메달을 딴 선수보다 동메달을 딴 선수가 더 행복해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비교 대상이 서로 달랐기 때문입니다. 은메달을 딴 선수는 비교 대상이 금메달을 딴 선수였지만, 동메달을 딴 선수의 비교 대상은 올림픽에서 아무런 메달도 따지 못한 선수였습니다. 은메달을 딴 선수는 '조금만 더 잘했으면,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에 은메달을 딴 기쁨보다 금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간발의 차이로 무엇인가를 이루지 못할수록 더욱 그것에 연연하며 그 이후의 행동 또는 인생 전반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대니얼 카너만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간발 효과(nearness effect)라고 설명하였습니다. 17세기 영국의 설교자 토마스 퓰러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는 것은 비교다"

 

반응형

'심리학 > 심리학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망이론(Prospect Theory) 심리학  (0) 2022.11.16
게임이론의 정의  (0) 2022.11.15
비교와 행동 심리2  (0) 2022.07.23
비교와 행동 심리  (0) 2022.07.20
동기 부여 이론  (0) 2022.07.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