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트레이닝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잘 알겠지만 근육이란 자주 사용할수록 딱딱하게 굳어진다. 그렇지만 어렵게 단련시킨 근육도 트레이닝을 조금 게을리하면 얼마 안 가서 물렁물렁해지게 마련이다. 뇌의 네트워크도 이와 흡사하다. 뇌의 네트워크는 일단 형성되었다 하더라도 그 뒤로 좀처럼 사용하지 않으면 네트워크가 점차 약해지고 시냅스가 이탈되어 시냅스를 형성하던 돌기가 위축되거나 연결이 끊어진다. 그리고 결국에는 식세포에 의해 제거되어 버린다. 이처럼 뇌는 사용하지 않으면 곧바로 기능이 감퇴되는데 이것을 폐용위축 이라고 한다. 폐용위축은 신체의 어떤 부분에서도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뇌의 경우는 특히 위험하다. 단적인 예로 골절로 입원한 노인들을 들 수 있다. 뼈가 부러진 곳은 허리나 손목 등일 뿐 머리와는 관계없다. 그런데도 입원하고 있는 동안 점차 치매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혼자 쓰는 독실에 입원해 있을 때 그 경향은 뚜렷이 나타난다. 독실에서는 여러 달 동안 해가 뜨고 지는 것도 모른 채 혼자서 병원의 하얀 천장만 바라보아야 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폐용위축에 따른 치매 증상을 보이기 쉬운 것이다. 물론 젊은 사람에게서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날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단순 작업만 되풀이하는 직장에서는 아무리 바쁘게 일하더라도 뇌가 받는 자극은 지극히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환경이 폐용위축을 일으킨다. 사흘 이상 되는 연휴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멍하니 지내다가 연휴가 끝나 회사에 출근했을 때 좀처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은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으리라고 본다. 이 역시 가벼운 폐용위축의 하나이다. 폐용위축을 막으려면 되도록 여러 각도에서 뇌를 사용해야 한다. 최근 판에 박힌 진부한 발상밖에는 할 수 없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마음이 해이해졌다. 등의 느낌이 든 적이 있다면 단단히 주의해야 한다. 그런 사람의 뇌는 흥분을 일으키는 일 없이 정해진 회로만 무의식적으로 사용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거의 사용되지 않는 다른 회로는 폐용위축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뇌를 충분히 사용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폐용위축이 일어날 수 있다. 매너리즘에 빠지는 경우이다. 매너리즘에 빠지면 날마다 같은 신경회로만 사용한다고 보아도 좋다. 같은 자극만 계속 받게 되면 뇌는 그 자극에 대해 둔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즉 신경세포로 회로의 활동이 둔해지는 셈인데 그런 일이 되풀이되는 동안 폐용위축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매너리즘에 빠지면 일이나 공부의 능률도 현저하게 떨어진다. 뇌세포에는 최적 노동 시간이 있어서 그 범위를 초과하면 이제 이 작업은 신물이 난다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래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주의력이 분산되거나 가벼운 졸음 등이 느껴진다. 학교의 수업시간이 45 ~ 50분으로 정해져 있는 까닭도 바로 이런 뇌의 메커니즘 때문이다. 인간은 한두 시간 내내 똑같은 긴장 상태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점심시간만 정해져 있을 뿐 일하는 시간이 세밀하게 짜여 있지 않다. 그렇다고 점심시간 이외에는 잠시도 쉬지 말고 일하라는 뜻은 아니다. 이제 사회인이니 스스로 적당히 완급을 조절해 가며 효율적으로 일하시오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뇌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40 ~ 50분으로 아무리 길어야 90분이 한계라고 한다. 따라서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기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으니 오늘은 그 일에만 집중하자라고 마음의 각오를 다지는 것은 상관없지만 잠시도 쉬지 않고 컴퓨터 자판을 계속 두드린다고 능률이 오르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두 시까지 전체적인 윤곽을 잡고, 세 시까지 사업 구상 부분을 그리고 네 시까지 사업 내용을 세부적으로 분류한다는 식으로 목표를 조목조목 나누어 세우는 편이 낫다. 그런 다음 한 부분씩 마무리 지어질 때마다 단 몇 분이라도 좋으니 쉴 틈을 갖고 뇌를 초기화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편이 훨씬 더 능률적이다. 그렇게 하든 말든 사실상 뇌는 40 ~ 50분 이상 지나면 제멋대로 휴식 상태로 들어간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열심히 일하는지는 몰라도 뇌는 타성에 젖어 적당히 일하고 있을 뿐 능률이 오르는 상태라고는 볼 수 없다. 나도 정신과 의사이므로 이런 뇌의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래서 강연을 의뢰받거나 할 때 배정된 시간이 두 시간이라면 40 ~ 50분 정도 지날 무렵 농담을 건네는 식으로 잠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강의를 듣는 사람 중에는 강연이 이따금 샛길로 빠지는군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은 사실 내 나름의 궁리가 반영된 결과이다. 참고로 나중에 다루겠지만 뇌를 초기화하는 데는 웃음 이상 가는 명약이 없다. 가벼운 농담은 웃음을 유발하여 강연장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만큼 뇌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내 강연에서 웃음꽃이 자주 피는 까닭도 이런 배려를 하기 때문이다. 판에 박힌 행동양식이나 패턴으로 굳어진 방식만 따르다 보면 뇌 작용도 둔해지게 마련이다. 단적인 예가 정해진 근무지침에만 의존하는 판매방식이다. 한때 서비스 업계에서 정해진 근무지침에만 따르는 서비스 방식이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 웃음 짓는 입술의 각도까지 정해 놓았다고 하니 그 정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요즘 그런 판매방식은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다. 교과서적인 서비스 방식은 결국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므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판매원의 개성이 반영된 판매방식을 중시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열린 마음을 바탕으로 한 판매방식은 판매원의 개성을 살리는 데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다. 각자 나름대로 궁리를 해야 하므로 판매원의 뇌력을 활성화시켜 이중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최근에 선 채로 회의를 한다는 회사가 신문에 소개되어 그 기사를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다. 내 기억으로는 분명 물건을 파는 회사였던 것 같다. 회사 수익과 직결되는 일을 하는 판매현장의 직원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선 채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노력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월급을 받는 관리자들이 편하게 앉아 회의를 하는 것은 너무도 염치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회의를 일어서서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전에는 두 시간이나 걸리던 회의가 20 ~ 30분 만에 끝난다고 하니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선 채로는 다리가 아파서라도 장시간 회의를 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보다는 오히려 회의는 으레 앉아서 해야 한다거나 시간이 걸리는 게 당연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매너리즘으로부터 벗어난 결과라고 생각한다. 신선한 자극을 받아 뇌가 활성화됨으로써 회의시간이 단축되었던 것이다. 언뜻 아무렇지 않은 궁리처럼 보여도 종전에 비해 획기적인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뇌는 그렇게 하찮은 일에도 신선한 자극을 받아 활발하게 움직인다. 그 회사에서는 점심시간에 회의를 할 경우 미리 주문해 놓은 도시락을 먹어가며 한 시간을 다 썼다고 하는데 선 채로 하는 회의를 하고부터는 샌드위치와 커피로 끼니를 때우게 되었고 그 덕분에 시간도 엄청나게 줄었다고 한다. 참고로 음식을 먹으면서 하는 회의는 뇌를 크게 활성화시킨다. 먹는다는 행위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코 거를 수 없는 본능이다. 본능이 채워지면 뇌의 가장 깊숙한 부분이 자극을 받는다. 그 자극은 자연히 뇌 표면으로까지 확산된다. 미국에서는 파워 런치라고 하여 점심식사를 하며 회의를 할 때가 많다. 회의가 지지부진하고 묘안이 떠오르지 않을 경우 내일은 파워 런치로 다시 시작하자라고 제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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