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래의 지능 이론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취한다. 첫째 지능은 단일체다. 둘째 인간은 일정 분량의 지능을 갖고 태어난다. 셋째 지능이란 우리 유전자 안에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변화할 수 없다. 넷째 IQ 테스트 등의 도구를 통해 지능을 검사할 수 있다. 반면 하워드 가드너가 주창한 다중지능 이론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견지한다. 첫째 지능은 다원적이다. 둘째 지능은 선협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셋째 지능은 특정한 문화적 배경과 역사적 상황 속에서 달리 평가될 수 있다. 넷째 지능은 테스트 결과로 규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워드 가드너는 학부 시절 생물학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심각하게 의과대학 진학을 고려해 인간 생리학 과목 등을 수강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부터는 예술 창조의 과정에 관심을 두었고, 이후 그와 관련된 저작 몇 권을 쓰기도 했다. 더불어 하버드 대학원 시절 그는 넬슨 굿맨이 창설한 프로젝트 제로라는 연구 그룹에 참여했는데 이 그룹의 연구 목적은 예술적 본능이란 무엇인가 특히 교육과 관련해 예술적 본능을 어떻게 계발할 수 있는가를 밝히는 것이었다. 또 그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노먼 게슈원드의 강연을 듣고 난 후부터는 인간의 뇌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게슈원드는 인간의 우뇌와 좌뇌가 각각 그 맡은 역할과 기능이 다르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낸 사람으로 그에게 자극을 받은 가드너는 박사 후 연구 과정을 인간 뇌 연구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다중지능 이론을 창안했다. 가드너는 지능을 특정한 방식으로 구체적인 형태의 정보들을 처리하는 생물심리학적 능력이라 정의하고 인간은 다양한 정보처리의 능력 즉 지능들을 발달시켜왔다고 주장했다. 또 인간을 대력 8, 9개의 지능(언어, 논리수학, 음악, 공간, 신체운동, 자연, 대인, 자성, 실존 지능을 소유한 유기체라고 보았다. 언어지능(linguistic intelligence)은 구어와 문어에 대한 민감성, 언어 학습 능력,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언어 활용 능력 등을 포함한다. 즉 언어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토론 학습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유머나 말잇기 게임, 낱말 맞추기 등에 능하다. 법률가, 웅변가, 작가, 시인들의 경우 상당히 높은 언어 지능을 소유하고 있다. 이 언어 지능은 스토리텔링 능력과 직결되는데 스토리텔링이 중요시되고 있는 요즘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 언어 지능은 리더의 필수적인 자격 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논리수학 지능(logical-mathematical intelligence)은 기존 지능의 핵심으로 문제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수학적인 조작을 수행하며 과학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탐구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논리적 문제들을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빨리 해결한다. 수학자, 논리학자, 과학자들이 이 지능에서 두각을 보인다. 또한 여러 시나리오를 두고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고 미래는 어떨지 각각의 경우를 따져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영자들에게도 이 논리수학 지능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하지만 논리수학 지능은 문화적, 역사적 상황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1950년대 포드를 이끌며 신화적인 성공을 이뤘던 로버트 맥나마라의 경우를 보면 그는 강력한 논리수학 지능의 소유자였지만 케네디와 존슨 대통력 밑에서 국방장관으로 일할 때는 그 천재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그의 논리수학 지능은 인도차이나 전쟁처럼 이전과는 다른 문화적, 역사적 상황에서는 별 효용이 없었던 것이다. 음악지능(musical intelligence)은 연주, 음악적 양식의 이해, 작곡 기술 등을 수반하는 지적 능력을 말한다. 가드너는 어째서 음악적인 재능을 지능으로 지칭했는가라는 질문에 언어적인 것은 과학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한편 지휘자 벤저민 잰더는 음악과 비즈니스 사이에 유사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대규모 조직의 경영과 오케스트라 지휘의 원칙이 흡사하다는 것이다. 이 음악 지능은 효율적인 비즈니스의 기획과 조직, 커뮤니케이션에 유용하며, 논리수학 지능과도 연관이 있다. 특히 화성학을 기초로 한 음악은 매우 수학적이다. 공간 지능(spatial intelligence)은 좁은 공간뿐만 아니라 항해사나 비행기 조종사들이 경험하는 넓은 공간을 인지하고 다루는 잠재력을 말하며, 마음속에 공간적 표상이나 이미지를 구성하는 능력 그리고 이 표상과 이미지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이 능력은 건축가나 조각가, 외과의사, 체스 선수, 그래픽 아티스트 등에게 특히 중요하다. 신체운동 지능(bodily-kinesthetic intelligence)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몸 전체나 일부를 활용하는 능력으로 운동선수는 물론이고 기능공, 외과의사, 기타 직접적인 기술 활용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중요하다. 농구선수 출신 미 상원의원 빌 브래들리는 어떤 사람과 한 시간 동안 농구를 하면 그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즉 브래들리는 신체운동 지능이 잘 발달한 사람인 셈이다. 대인 지능(interpersonal intelligence)은 타인의 욕구와 동기, 의도를 이해하고 타인과 효과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판매원이나 교사, 임상가들, 종교와 정치 지도자들이 바로 이 대인 지능을 필요로 한다. 비즈니스맨 특히 마케팅 분야의 사람들도 대인 지능이 발달되어 있다. 자성 지능(intrapersonal intelligence)은 자기를 이해하고 자신의 욕망, 두려움, 재능 등을 컨트롤해 효율적인 삶을 살아가는 잠재력을 말한다. 이는 사회적 복잡성에 비례하는 지능이자, 강한 책임감이 요구되는 위치의 사람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이다. 자성 지능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서적 삶이며, 앞으로 이 자성 지능의 중요성은 점차 커질 것이다. 자연 지능(naturalist intelligence)은 자연 현상에 대한 유형을 규정하고 분류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필연적인 차이점을 식별해 다양한 동·식물들 간의 차이점을 인식하고 다양한 형태의 구름과 암반층, 조수의 형태 등을 식별해내는 지능이자, 자연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다양한 생물체들을 돌보고 기르면서 그것들과 민감하게 상호작용하는 지능이다. 원시 인류에게 자연 지능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였다. 독초와 먹을 수 있는 식물을 구분해야 했기 때문이다. 풍수를 보는 능력도 일종의 자연 지능이다. 근본적으로 풍수는 살 만한 장소와 그렇지 못한 장소를 구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워드 가드너에 의하면 지금까지 밝혀진 지능은 지금껏 살펴본 8개 외에 2분의 1개가 더 있다고 한다. 8개의 기능에 덧붙인 실존 지능의 존재 가능성을 두고 한 말이다. 실존 지능이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왜 여기에 존재하는가, 왜 우리는 죽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사색하는 인간의 능력이며 그런 의미에서 종교적, 영적 지능이다. 하지만 가드너는 이 아홉째 지능을 완전한 또 하나의 지능으로 인정하는 일을 유보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지금까지 밝혀진 지능의 종류를 8과 2분의 1개라고 한 것이다. 정리해보면 언어, 논리수학, 음악 지능은 일련의 상징과 관련된 지능이며, 공간, 신체운동, 자연 지능은 물질적 대상과 연관된 지능이다. 그리고 대인, 자성 지능은 사람과 관련된 지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밖에 최근 대니얼 골먼이 강조한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도 있다. 골먼에 따르면 감성 지능은 자기 인식, 자기 관리, 사회적 인식, 관계 관리라는 4가지 영역으로 나뉘는데 이 모두가 사람들과 공감하는 리더십을 위한 중요한 능력으로 간주된다. 하워드 가드너는 사람들은 결코 똑같이 태어나지 않으며 지능 또한 모두 다르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공부는 못해도 나만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그의 다중지능 이론의 핵심이다. 즉 그가 분류한 8과 2분의 1개의 지능은 사람마다 모두 다른 형태로 조합되고 발달되며 다중지능 이론이 우리에게 의미 있는 것도 바로 그 차이와 근원을 밝혀준다는 데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가드너는 그 차이가 바로 가치이며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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