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신의 정체성이 늘 궁금해합니다. 신화의 근원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늘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의 질문에 닿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극도로 발달한 형태 사회에서는 이 질문이 가진 합의가 더욱 복잡해진다. 디지털 매체의 영향으로 '나'라는 정체성이 알게 모르게 타인의 영향을 받으며 조정되기 때문이다. 원래 본인이 SNS에 올리려고 했던 글이나 사진을 방문자의 댓글을 보고 그들의 기대에 맞춰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하면, SNS 방문자들은 나의 정체성을 그렇게 인식하게 되고, 종국에는 스스로도 자신을 그런 사람으로 인정하게 된다. 이런 현상이 오랜 기간 반복되면 자신이 추구했던 본래의 자기와 외부로 표현되고 인정받는 자기가 점차 동떨어지게 되며 정체성 혼란이 가증될 수 있다. 자기 이미지에 대한 의문은 비대면 계정이 많아질수록 심화된다. SNS 유형이 다양해지고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도 각기 달라지면서 이러한 정체성의 위기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타인의 기대가 나의 자아상에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연구한 미국의 사회학자 찰스 쿨리(charles Cooley)는 거울 자아 이론을 제시하였다. 거울 자아 이론은 한 개인이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 혹은 다른 사람들이 기대한다고 생각되는 모습을 자기 모습의 일부분으로 흡수하여 개인의 자아상을 형성해간다는 이론이다. 이렇듯 우리는 알게 모르게 타자의 영향을 받는다. 문제는 나를 바라보는 타자의 시선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정체성이 더욱 규정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 결과 현대인은 자신을 설명하는 하나의 표식, 즉 레이블을 원하게 된다. 20세기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인류는 현재 오랫동안 우리 모두의 운명이었던 가난에서 벗어났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가난에서 벗어난 인류가 지금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가? 고용 불안정에 대한 고통은 경제적 문제를 넘어 현대인의 정체성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 일을 해야 존중받고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일자리 불안은 정체성의 균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코로나 엔데믹 시대를 겪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언택트 기술의 발전 등으로 사회적 결속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되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와 상호작용하며 사람 간의 관계 맺기를 힘들어하는 디지털 원주민들은 그 해답을 얻기가 더 어려워졌다. 대면 방식의 소통이 줄어들수록 사람들의 물리적 소속감 또한 시험당하게 된다. 비대면을 선호하는 Z세대조차 인정하듯이 SNS를 통한 소통 참가는 반강제적 성격을 띠게 된다. 디지털 소통 외에는 직접적 소통 방법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노동력, 자본,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사회가 분화되고 파편화되면서 부정적 감정도 함께 자라고 있다. 불확실한 환경에서 적절한 연대와 공정함을 갈구하면서도 사회적 결속력의 부족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가 바라는 것은 브랜드와의 정체성 동일시 일 수 있다. 이제 브랜드는 타깃 고객이 '이것은 바로 나'라고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디지털 문화가 막 발아하던 시점인 싸이월드 시절부터 우리는 '미니미'와 같은 아바타 혹은 캐릭터를 사용하곤 했다. 자기 정체성의 디지털적 표현의 출발점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경향이 조금 더 진보했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 브랜드 라이언 같은 그냥 귀여운 캐릭터가 아니라 나와 비슷한 모습을 가진 아바타를 추구하고 있다. 나와 닮긴 닮았지만 실제보단 조금 더 예쁘고 귀여운 아바타를 생성해주는 앱 '제페토(zepeto)' 같은 경우가 좋은 예입니다. 제페토는 네이버가 자회사 스노우를 통해 개발한 증강현실 기반의 3D 아바타 앱이다. 나의 아바타를 실제 사진이나 가상 배경에 자연스럽게 합성해서 인스타그램 등 다른 앱에서도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2020년 7월에는 1억 4천만 명을 넘기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용자의 90% 이상이 해외 사용자일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앱이다. 셀카나 사진 한 장으로 나의 아바타를 생성하고 이목구비나 헤어스타일 등을 마음대로 바꿔 1,000여 가지 감정 표현이 가능하다. 단순히 나와 닮은 아바타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는 나를 통해 10대들이 놀이 문화를 자극해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낸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객관적인 나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술, 혹은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하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나만의 아바타를 만들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요동치는 사회경제 상황과 맞물려 불안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를 흔든다. 나는 누구인가? 이 무거운 질문에 대해 현대인은 이미 불안한 자신을 더 괴롭히지 않고, 스스로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며 만족을 찾을 수 있는 가벼운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레이블링 게임은 소비자들이 기업과 함께 자신의 의미 회복을 모색할 수 있다는 측면도 함께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레이블링 게임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표현하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자발적인 소비자 행동이기 때문에 기업이 소비자와 끊임없이 함께 소통하며 상호 간의 자발적인 정체성의 동일시를 이룰 수 있을 때, 새로운 트렌드를 이끄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의 미래는 바로 레이블링을 동일시하는 데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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