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애리얼리의 성과급에 관한 실험 내용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우선 지금부터 두 가지 회사를 소개하려 합니다. 만약 이 두 회사 중 하나를 다녀야 한다면 어느 곳을 선택할지 함께 고민해 주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 후보는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잭 웰치(Jack Welch, 1935 ~2020)가 이끌었던 미국 기업 제너럴 일렉트릭(GE)입니다. 웰치는 1981년 46세의 젊은 나이에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뒤 무려 20년 동안 GE를 이끈 전설적인 경영자입니다. GE는 1878년 토마스 에디슨(1847 ~ 1931)이 회사를 설립한 이래 지금까지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로 살아남은 회사입니다. 웰치의 경영방침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이른바 '10% 룰'로 불리는 인사관리 기법입니다. 웰치는 노동자들을 관리하기 위해 완벽한 상대평가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10% 룰이란 매년 인사평가에서 노동자들을 무조건 3등급으로 나눈 뒤 상위 1등급(20%)에게는 막대한 성과급과 승진 기회를 부여하고, 중위 2등(70%)에게는 '더 잘하라'는 독려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하위 3등급(10%)은 바로 해고시켜 버렸습니다. 잘하는 자에게 막대한 부를 안기고, 못하는 자는 무조건 해고하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이 10% 룰의 핵심이었습니다. 두 번째 후보는 일본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자동차 기업 도요타입니다. 미국에 웰치의 10% 룰이 있다면 일본에는 도요타의 '도요타 정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도요타 정신의 핵심은 바로 노동자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가족이란 바로 생계를 책임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요타는 가족인 노동자들의 생계를 평생 책임지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겁니다. 세상에 가족을 해고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당연히 도요타도 노동자들을 절대로 해고하지 않습니다. 전문경영인으로서 1995년부터 2006년까지 11년 동안 이 회사를 이끌었던 오쿠다 히로시 전 회장은 "노동자의 목을 자르려면 경영자가 먼저 할복하라"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도요타의 노동자 정년퇴직 연령은 원래 한국보다 5년 정도 많은 60세였는데 이마저 2005년에는 65세까지 연장했습니다. 이런 정책 덕에 도요타 노동자들은 아무리 좋은 조건의 스카우트 제의가 와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습니다. 노동자들에게 도요타는 단순한 회사가 아니라 삶의 터전이고 또 다른 가정이기 때문입니다. 애리얼리의 반도체 공장 실험은 성과연봉제는 과연 조직의 성과를 높일 수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Dan Ariely) 듀크 대학교 교수가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애리얼리는 이스라엘의 한 반도체 공장을 찾아 직원 207명 3개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그리고 이 세 그룹에 각기 다른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했습니다. A그룹에게는 "평소보다 생산 실적이 좋으면 30달러의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라고 전했고, B그룹에게는 "평소보다 생산 실적이 좋으면 피자 한 판을 주겠다"라고 알렸습니다. C그룹에게는 "평소보다 생산 실적이 좋으면 직속 상사로부터 격려 메시지를 받게 해 주겠다."라고 통보했습니다. A 그룹에게는 전형적인 성과급을 제시했고, B 그룹에게는 매우 약한 성과급, C그룹에게는 칭찬으로 말로 때우는 방식을 사용한 것입니다. 다음날 확인한 결과 이들 중 누구의 실적이 가장 좋았을까요? 웰치의 시각으로는 당연히 A그룹 > B그룹 > C그룹 순으로 실적이 나왔어야 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을 뒤엎었습니다. 가장 좋은 성과를 올린 곳은 평소보다 6.7%나 더 높은 생산성을 기록한 B그룹이었고, 그리고 2위는 상사로부터 칭찬을 받기로 한 C그룹이었습니다. 말이 2위지 C그룹은 생산성은 6.6%나 좋아져 1위를 차지한 B그룹과 별반 차이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충격적 이게도 전형적인 성과급을 사용한 A그룹은 꼴찌를 기록(생산성 4.9% 높아짐)했습니다. 실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똑같은 조건으로 실험을 이틀째 진행했더니 30달러를 받기로 한 A 그룹의 생산성은 이틀 만에 13.2%나 폭락했습니다. 피자 그룹 B그룹의 생산성도 5.7%나 낮아졌습니다. 실험을 반복할수록 이런 현상은 뚜렷해졌습니다. 결국 5주 동안 실험을 이어보니 현금 30달러를 받기로 한 A그룹의 생산성은 평소에 비해 되려 6.5%나 하락했습니다. 피자를 받기로 한 B 그룹의 생산성도 평소에 비해 2.1% 떨어졌습니다. 이들 중 유일하게 생산성이 높아진 그룹은 놀랍게도 말로 때우기로 한 C 그룹이었습니다. C 그룹의 생산성은 아주 조금이지만 평소에 비해 0.64% 향상됐습니다. 애리얼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대부분 기업들은 성과급을 내걸면 생산성이 높아질 거라고 착각을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물론 '돈으로 보상해 주겠다'는 말이 동기를 부여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 됩니다." 그래서 애리얼리는 "직원들이 성과급을 받기 위해 애를 태우는 것보다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연봉을 기본급 80%, 성과급 20%로 나누면 노동자들에게 20%는 엄청난 스트레스 요인이 됩니다. 경영자는 성과급 20%를 미끼로 노동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줄 것이 아니라, 이 스트레스를 덜어줄 고민을 해야 합니다."라고 지적합니다. 또 한 가지, 애리얼리는 "일을 더 열심히 하면 성과급을 주겠다는 제안은 결국 너는 지금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어라는 질타를 전제로 한다." 꼬집는다. 이 말은 성과급을 제시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노동자들을 무시하고 불신하는 태도를 내포한다는 뜻입니다. 불신은 당연히 일의 효율을 떨어뜨립니다. 반면 누군가로부터 신뢰받는다고 생각할 때 사람은 일할 맛이 납니다. 30달러를 받을 때보다, 칭찬을 받을 때 더 열심히 일을 할 의욕이 생깁니다. 우리는 벗을 위해 헌신합니다. 애리얼리의 실험을 하나 더 확인해보면, 애리얼리는 벨기에의 한 대형 제약회사를 찾아 이 회사에서 일하는 영업사원들에게 하루 15유로의 성과급을 내걸고 그들의 변화를 살폈습니다. 영업사원들은 성과급 제안에 일을 더 열심히 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새로 벌어들인 돈이 1인 당 5유로에 불과했다는 점입니다. 번 돈은 고작 5유로인데 성과급은 15유로나 지불한 셈이었으니 말입니다. 애리얼리는 다른 영업사원들에게 색다른 제안을 했습니다. 업무 실적이 향상되면 15유로의 성과급을 주는데, 그 돈은 좋아하는 동료에게 선물을 사 주는 데에만 쓸 수 있도록 한정한 것입니다. 이 제안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한 푼도 챙길 수 없습니다. 친한 동료에게 15유로어치 선물을 할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영업사원들의 생산성은 1인당 무려 17유로로 뛰었습니다. 15유로의 성과급을 지불하고도 2유로의 초과 이윤을 남긴 셈입니다. 이점을 애리얼리는 아래와 같이 설명합니다. "기업은 동료애나 책임감, 헌신 같은 사회적 가치를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사람은 자기의 이익보다 동료들에게 혜택을 나누는 연대의 기쁨을 더 크게 생각합니다. 동료에 대한 사랑, 믿음, 책임감, 헌신, 칭찬, 이런 것들이 사람들의 노동을 훨씬 가치 있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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