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합리적인 경제인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반대로 합리적으로 어리석은 자의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사람들이 항상 이기적인 것은 아닙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마르티아 센은 경제를 생각할 때 타인과의 공감, 관계성, 이타성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여기 10만 원이 있다. 이걸 여러분에게 보너스로 나눠 주겠다. 단 조건이 있다. 우선 이 10만 원을 'A(제안자)에게 건넬 것이다. A가 이 돈을 다 가져서는 안 된다. B(수락자)에게 얼마를 줄지는 A가 결정해라, 만약 B가 그 금액을 받아들이면 거래는 성립된다. 그러나 만약 B가 거부한다면 두 사람 모두 보너스를 받을 수 없다. 기회는 단 한 번 뿐이며, 서로 상의는 할 수 없다.」 만일 여러분이 위의 상활에서 제안자인 A의 입장이라고 한다면 수락자인 B에게 몇 대 몇을 제안하겠는가? 학생들에게 동일한 질문을 했을 때 학생들의 제안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수락자인 B의 입장이라고 한다면 상대방이 9:1, 즉 본인이 9만 원을 가지고 여러분에게 1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면 그 제안을 수락할 것 같은가 아니면 거절할 것 같은가? 독일의 경제학자 베르너 귀스가 처음 진행한 이 실험은 바로 '최후통첩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실험 결과에 따르면 수락자인 B는 본인들의 몫이 평균 37% 이상 배분되었을 때 A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에 8:2나 9:1과 같이 20% 미만의 제안을 받았을 때는 67%에 해당하는 피실험자들이 해당 제안을 거부하였다고 합니다. 왜 이들은 이 제안들을 거부하였을까? 제안을 거부하는 것보다는 만 원 또는 이만 원이라고 받는 것이 수락자 입장에서도 무조건 이득이라고 볼 수 있는데 말이다. 이성적으로 또는 경제학적으로 판단한다면, 이 제안은 수락하는 것이 맞다. 경제학에서 가정하듯 인간이 합리적인 주체라고 한다면 배분받은 금액이 적든 많든 간에 상관없이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후통첩 게임의 결과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경제학에서는 사람을 움직이는 핵심적인 힘을 개인의 이익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현실 세계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에만 연연하지 않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때때로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위해 눈앞의 이익을 포기하는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라는 말처럼, 최후통첩 게임의 이 같은 결과들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손해를 무릅쓰고서라도 상대방의 이기적인 행동에 대해 보복을 가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부당한 제안을 받는 것을 싫어하고 더 나아가서는 부당한 제안을 하는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 기꺼이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공정한 제안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고민을 하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입니다. 최후통첩 게임에서 제안자 역할을 맡은 A의 약 80%는 극단적으로 제안자에게 유리한 제안을 하기보다 5:5, 6:4, 7:3의 제안을 하였다고 합니다. 왜 이들은 이러한 제안을 더 많이 한 것일까? 아마도 제안자들은 본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도 제안이 거절당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하여 걱정을 하며 합리적인 배분 전략을 고민했을 것입니다. 또는 반반씩 나누자고 하는 제안이 공정한 사고방식과 합치한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경제학 논리만으로는 풀 수가 없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신의 몫과 상대방의 몫이 어느 정도 되어야 공정한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공정성의 의미를 간략히 들여다보면, 공정성이라는 개념 안에는 반칙을 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임한다는 의미와 더불어 어느 한쪽에도 치우침이 없어야 한다는 공평성과 각 사람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형평성의 의미가 함께 들어 있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락자인 B가 제안에 대한 거부권이 없는 상황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와 관련하여 프린스턴 대학의 대니얼 카너만 교수는 최후통첩 게임을 반전시켜 소위 '독재자 게임'이라 하는 변형 최후통첩 게임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 실험은 대부분 최후통첩 게임과 유사하게 진행되었지만, 수락자인 B는 A의 제안을 거부할 수 없는 조건으로 161명에게 20달러를 주고서 실험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이 실험에서도 약 70%의 학생들은 B에게 약 25%를 나누어주겠다고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경제 수준과 자본주의적 사고 성향에 따른 최후통첩 게임의 배분의 차이를 살펴보았을 때, 자본주의적 사고로 문명화된 지역의 경우 제안자들은 평균 26%를 제시한 반면 자본주의적 사고에 익숙하지 않은 지역의 제안자들은 50% 이상을 나누어주겠다고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불공정한 고래를 받아들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제안자는 한 명인데 수락자가 여러 명인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제안을 받아들이는 사람만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불공정하다고 생각해도 제안을 받아들일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제안자가 나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입니다. 한 실험에 의하면 간단한 OX 퀴즈 풀기를 통해 제안자를 결정했을 때는 제안자 역시 본인에게 더 유리한 제안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수락자가 역시 불공하다고 생각해도 적은 금액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세 번째는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컴퓨터나 인공지능을 통해 제안되는 경우에는 아무리 낮은 금액이라고 사람들은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에게 최후통첩 게임에서 제안자 또는 수락자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를 물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안자가 되기를 원하였다고 한다. 아마도 그 이유는 자신에게 유리한 제안을 할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불공정한 제안을 하는 기분 나쁜 상황을 막고 싶은 마음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상품의 가격 또한 최후통첩 게임과 매우 유사해 보입니다. 판매자는 구매자에게 가격을 제시하고 구매자는 제시한 금액을 보고 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공정한지 아닌지를 판단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휴가철이나 성수기가 되면 많은 판매자들이 가격을 올리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뭐, 이런 경우가 어디 있냐?'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러한 가격 인상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눈보라가 몰아친 다음 날 아침 15달러에 팔던 눈 치우는 삽을 20달러로 올린 것에 대하여 82%에 달하는 사람들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판매자의 입장에서 또는 경제학에 대하여 익히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다른 시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MBA를 이수하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러한 가격 인상에 대하여 인정할만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들은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공급이 고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수요가 갑자기 증가하면 가격 인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찌 되었든 사람들이 머리로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하더라도 휴가철이라고 펜션과 콘도 가격이 두 배로 뛰는 걸 보면서 부들부들하는 걸 보면 마음으로는 아직도 이해가 힘든 법인 것 같습니다.
'심리학 > 심리학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공재 게임(The public goods game) (0) | 2022.11.21 |
---|---|
성과급 실험 (0) | 2022.11.20 |
게임이론 [팃포탯(tit for tat) 전략] (0) | 2022.11.18 |
함정 게임의 속성 (0) | 2022.11.18 |
전망이론(Prospect Theory) 심리학 (0) | 2022.11.1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