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요가 강사로 오랫동안 생활해온 사라 발레리아 바스케스 카르바요는 비건(vegan) : 채소, 과일, 해초 등 식물성 음식만 먹는 철저한 채식주의자 인플루언서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처음 그녀가 비건이 되기로 결심한 건 단순히 음식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제품에 동물성 재료가 사용되고, 이것이 동물의 생명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다. 카르바요는 기존의 방식을 비건 스타일로 바꾸기 위해 12년간 노력해왔으며 2년 전부터는 100% 비건 음식 섭취 및 비건 제품 소비를 지향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건강이 나빠지지 않을까 염려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건강이 더 좋아졌다고 한다. 멕시코의 슈퍼마켓에는 비건 코너가 따로 있고 채식을 할 때 부족해지기 쉬운 비타민과 단백질을 보충하는 천연 제품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요즘에는 유제품이나 육류와 비슷한 맛을 내는 대체 비건 식품이 있어 채식주의자인 그녀의 삶도 불편하거나 힘들지 않다. 인플루언서로서 사람들에게 채식주의자의 생활을 홍보하는 카르바요는 다양한 영역에서 100% 비건 원료의 제품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미용, 위생용품 분야는 아직 완전한 비건 제품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친환경 식품과 제품에 대한 멕시코 사람들의 인식이 점점 높아지는 만큼 앞으로는 비건 제품을 찾는 일이 더 수월하고 친숙해지리라 기대한다. 멕시코에서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비거니즘과 채식주의자들이 확산되는 추세이다. 2016년 닐슨-IBOPE가 온라인으로 실시한 식재료에 대한 인식과 건강 조사에 따르면 멕시코는 중남미 국가 중 채식주의자가 가장 많은 국가다. 응답자는 63개국 3만 명으로 이들 중 19%가 채식주의자, 15%가 플렉시테리언(최소한의 육류 섭취), 9%가 비건(완전 채식주의자)라고 밝혔다. 멕시칸들이 채식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동물 보호를 위해서다.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동물의 생명권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증가했고 육류 소비는 감소했다. 한 연구에서는 100명의 멕시칸 중 51명이 육류 섭취를 중단할 의향이 있으며, 28.8%는 육류 소비를 줄여나갈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를 배경으로 멕시코의 비건 전문 식품점 수도 늘고 있다. 2020년 기준 멕시코의 비건 전문 식품점 수는 전년 대비 8% 성장했고, 비건 전문 레스토랑도 2017년 비해 23%나 늘었다. 2019년 배달 애플리케이션 통계로 추산한 비건 전문 레스토랑 수는 426곳에 달한다. 특히 잠재 소비자의 두터운 층을 형성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비거니즘과 같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어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019년 얼라이드마켓리서치 연구에 따르면 멕시코의 비건 채식 시장 규모는 약 11억 달러에 이르며 2026년까지 96% 성장해 2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멕시칸들이 채식주의에 호의적인 이유 중 하나는 멕시코 음식의 다양한 조리법 덕분에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토르티야는 옥수수가루가 메인이다. 뜰라꼬요스, 에스끼떼스, 소페스 등과 같은 멕시코 전통 음식들도 식물성 재료를 주원료로 해 만들어진다. 멕시코의 채식주의자들은 필요한 식재료를 구하기도 수월하다. 멕시코 내 대부분의 슈퍼마켓에서 천연 유기농 식품, 건강식품 코너와 비건 관련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예마, 아바스또베가노 등 비건 제품 온라인몰 역시 성업 중이다. 판매 제품도 식품, 개인위생용품, 가정용품, 영양제. 화장품 등으로 다양하다. 일반적인 레스토랑에는 비건 식단이 준비된 곳이 많고, 메뉴판에 없는 비건식을 조리해주는 식당도 생겨났다. 이처럼 요식업계는 채식주의 및 비건식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소비자들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며 멕시코에서의 비건 라이프는 대중적인 트렌드로 자리매김해 가는 중이다. 다만 멕시코의 비건 식품 및 음식, 오가닉 제품, 동물실험을 피한 제품은 일반 제품보다 60%가량 높은 가격대로 현재는 소득이 높은 이들이 주요 고객층을 형성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비건 시장 규모는 매년 평균 9.6%씩 성장해 2025년 240억 600만 달러(31조 4,238억)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한국 채식연합은 국내 채식주의자 수가 2008년 15만 명에서 2019년 150만 ~ 200만 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소위 바른 소비를 강조한다. 고기를 먹지 않는 것뿐 아니라 동물 복지에 반하지 않는 화장품과 위생용품을 고르고 되도록 천연 재료를 소비하고자 한다. 한국 화장품에서의 비건 바람은 사실 해외 유명 제품과 수입에서 시작됐다. 미국과 유럽 제품의 수입 판매가 호조세를 보이자 국내 업체도 뛰어들어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식품업계에서도 비건 제품을 내놓으며 빠르게 채식주의자 모시기에 나섰다. 대체육으로 만든 햄버거와 비건 아이스크림, 식물성 베이커리 등이 등장했는데 시작과 동시에 반응이 좋다는 평가다. 롯데리아의 식물성 버거는 1년 반 만에 140만 개가 팔렸고, 나뚜루의 비건 아이스크림은 두 달 만에 7만 개가 팔렸다. 그러나 비건 시장 전체로 보면 아직은 도입기에 머물러 있다. 비건과 채식주의자들이 찾는 먹거리와 생활용품, 식당이 보편화돼 일반 대중도 쉽게 접하기까지는 긴 여정이 남았다. 그 사이에 많은 비즈니스 기회가 열려 있다. 바른 소비를 실천하는 밀레니엄 그중에서도 비건과 채식주의자를 타깃으로 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나타날 수 있다. 멕시코의 채식 산업을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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