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변화는 21세기 이후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아래 그림에서 보여주듯이, 20세기 경영을 지배하던 분석적, 결정론적 사고에 반대되는 새로운 사고가 바로 디자인이다. 여기서 말하는 디자인은 20세기 산업사회의 산업 디자인(Industrial Design)의 연장이 아닌 21세기는 지(知) 디자인(Knowledge Design)을 뜻한다. 다시 말해 디자인의 의미 자체가 변경되었고 더 나아가 아예 해체, 탈구축(Deconstruction)된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인 자크 데리다가 주장한 이 생각은 폐쇄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그 전제인 틀을 깨고 새로 구축하는 접근방식을 말한다. 최근에 자주 들리는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이란 말은 이런 지식사회 디자인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즉 이 말을 통해 디자인의 핵심인 직관적이고 종합적인 사고를 설명하려는 것이다. 또한 21세기 이후, 이노베이션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도 달라졌다. 그것은 바로 이노베이션이 기술 중심이 아니라 인간 중심(Human Centered)이라는 인식이다. 그래서 디자인 싱킹, 지식 디자인 방법론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이노베이션은 인간사회에 드러난 다양한 격차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나온다.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주어진 문제는 넓은 의미에서 봤을 때 사회의 뒤틀림과 불화를 예고하는 징후이다. 바로 이것을 해결하려는, 그리고 새로운 비즈니스로 디자인하려는 노력이 진정한 이노베이션을 낳는다.
서적 형태로 디자인 싱킹이 처음 소개된 것은 20여 년 전인 1987년, 피터 로우가 지은 <Design Thinking>이라는 건축 디자인 책에서다. 이 책에서 다양한 디자인 싱킹을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고전적인 디자인 지(知)의 모델 : 인간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가 결합을 거듭하여 일정한 아이디어를 형성한다는 생각(관념연합). 일반적인 아이디어 발상 과정 : 먼저 많은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하여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과정. 정보처리 이론 : 문제를 명확하게 밝힌 후, 문제 해결을 위해 정보를 생산·조작하는 이론 퍼즐 해법을 활용하거나 문제를 체계적으로 분류한 후 재 구성하는 방법 등이 있음. 발견적 기법 :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잘 모를 때 탐정처럼 다양한 소설과 스토리를 만들면서 문제에 의미를 부여하는 매력적인 방법. 유추(Analogy) : 각 사물의 의미와 형태에 대해 유추하여 아이디어를 내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그러나 이러한 패턴들은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디자이너의 활동에 따른 사고 과정으로서 공통된 일련의 과정을 밟는다. 디자인 싱킹은 원래 시각적(직관적) 사고이지만 꼭 그림을 그리거나 형태를 만들거나 조합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또한 '싱킹'이란 말은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현장, 사물, 사람과의 대화로 이루어지는 신체적이고 실천적인 사고를 의미한다. 탁상공론이나 분석 작업만으로는 불가능한, 본질적인 문제 해결의 지혜인 것이다. 그러므로 디자인 싱킹이란 고객과 일체화된 '장(場)'에서 직관과 상호작용을 통해 모든 개별·구체적 요소의 관계성을 도출한 후 그 요소들을 시공간 속에 역동성 있게 조직화(형태화)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온 답은 수식이나 문자가 아닌 비전, 모델, 이야기의 형태를 띠는 개별적 해법이라는 점이다. 이는 되도록 객관적으로 정보를 분석하여 매뉴얼대로 디지털화된 해법을 구하려 하는 분석적 접근 방식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디자인 싱킹의 과정 5단계로 간략하게 소개할 수 있다.
첫 번째, 먼저 직관적으로 그 대상을 살피고 에피소드(삽화 또는 이야기) 몇 가지를 만들어 가정을 세운다. 디자이너는 그 가정을 머릿속에 즉시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 다음으로 관련된, 주변 사물과 정보에 직접 관여해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 에피소드를 수정하고, 그 과정에서 일정한 '이해'를 형성한다. 디자이너는 신체, 감각, 지성을 모두 활용하여 사용자를 관찰하고 최종 형태를 결정한다. 그 형태는 언어로도 표현되지만 전체적 이미지는 역시 시각적이어야 한다.
세 번째, 전체 과정이 원활하지 않다면 디자이너는 몇 번이든 문제점이 발견된 단계에서 원점으로 돌아가 위의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네 번째, 최종적으로 물리적인 해결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는 대상에 관한 모든 요소 또는 지식을 심미적·전통적·문화적·사회적 시스템을 통해 암묵적으로 조직화하는 행위이다.
다섯 번째, 이 과정에는 끝이 없어서, 관계자들의 관여가 계속되는 한 창조도 계속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요소 간·조직 간 조정과 결합, 개념의 시각화 등 디자이너의 지(知)적 성과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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