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셀처 플러스(Alka-Seltzer Plus)라는 상품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자. 여러 명의 직원들이 탁자에 둘러앉아 드리스턴(Dristan)이나 콘택(Contac)과 경쟁할 새로운 감기약에 어떤 이름이 좋을지 회의를 하고 있다. 해리가 말했다. "알카셀처 플러스라고 하면 어떨까요? 그렇게 하면 그동안 우리가 알카셀처라는 이름에 지출해온 매년 2,000만 달러의 광고비 덕을 볼 수 있지 않겠어요?", "해리,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인데!" 이렇게 해서 비용 절약형 아이디어가 즉석에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한가? 알카셀처 플러스는 드리스턴이나 콘택의 시장을 파고든 게 아니라 오히려 알카셀처의 시장을 잠식하고 말았다. 일이 이렇게 되자 제조 회사에서는 알카셀처 플러스의 용기를 새로 디자인했다. '알카셀처'라는 글씨의 크기는 작게 하고, '플러스'의 크기를 키운 것이다. 차라리 브로모셀처(Bromo-Seltzer)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어쩌면 경쟁 상대를 물리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상품 시대'의 생활은 비교적 단순했다. 그리고 기업들 대부분이 단일 품목 생산 체제였기 때문에 회사 이름을 보면 바로 무슨 회사인지 알 수 있었다. 스탠더드 오일, U.S. 스틸, ge 등등 그러나 과학 기술 발달 덕분에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를 갖게 되었고, 그러한 기회를 이용해 새로운 사업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때부터 기업은 복합화되기 시작하였고, 아울러 기업의 특징으로 내세워왔던 고유의 사업 분야를 잃게 되었다. 복합 기업들은 사업 발전을 통해서든 다른 기업 인수를 통해서든 어느 분야든지 돈만 벌 수 있다고 생각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다. 제너럴일렉트릭의 경우를 보자. GE는 현재 제트기 엔진에서부터 원자력 발전 설비, 심지어 플라스틱 제품까지 생산하고 있다. RCA는 위성 커뮤니테이션과 고체 전자뿐만 아니라, 렌터카 사업도 취급하고 있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복합 기업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기업은 본연의 사업에만 전념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복합 기업이 시장에 자본을 제공해 활발한 경쟁을 유도해온 것 또한 사실이다. 만일 복합 기업들이 여러 사업에 참여하여 활발한 경쟁을 벌이지 않았다면 오늘날 미국에는 각 분야마다 50퍼센트 내외의 독점 현상이 나타났을 것이다. 사무용 복사기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보통 용지 사용 분야의 선구자인 제록스는 오늘날 수많은 경쟁자들과 싸우고 있다. 컴퓨터 제조업체(IBM), 사진 회사(Kodak), 광업회사(3M)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복사기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복합 기업들이 기업 인수를 통해 성장하는 경우에도 그들은 해당 분야의 성장과 경쟁을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제공한다. 이런 식의 자금 분산을 꾀하지 않으면 창업자가 은퇴하거나 사망하게 되는 경우, 해당 기업은 엄청난 세금 부과 때문에 경쟁업체에 밀리거나 텃밭을 유지하지 못할 만큼 약화될 수도 있다. 전형적인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은 아이디어가 풍부한 기업가로부터 시작된다. 그리하여 기업이 성공하는 경우, 그 기업은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하나는 창업자의 죽음이고, 또 다른 하나는 세금 부과다. 결국 기업 경영은 복합 기업의 계열 회사가 되는 것으로 끝나게 된다.
기업은 보통 두 가지의 다른 전략(내부 발전 또는 외부 인수)에 따라 성장하기 때문에 두 가지의 서로 다른 '기업명' 전략을 전개해 왔다. 이때 기업의 에고(ego:자아)가 전략을 결정하게 된다. 기업이 자체 상품을 개발하면 대개 그 상품에 기업명을 붙인다. 예컨대 제너럴일렉트릭 컴퓨터가 그렇다. 반면 기업 인수를 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기존의 상품명을 계속 사용한다. RCA는 허츠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하였고, ITT도 에이비스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제품에 기업명과 다른 이름을 사용하여 성공한 기업도 있다. 바로 프록터 앤드 갬블(P&G)다. 프록터 앤드 갬블 제품에서는 기업명을 찾아보기 힘들다. 프록터 앤드 갬블은 자사의 제품이 소비자 마인드에 독특하게 자리 잡도록 각각의 제품을 매우 면밀하게 포지셔닝하는 회사다. 홍보는 먹는 것과 같다. 배불리 먹는 것만큼 식욕을 채워주는 것은 없다. 그리고 전국판 잡지의 커버스토리만큼 상품이나 사람에 대한 홍보의 잠재력을 나타내는 것도 없다. 대중 매체에서는 끊임없이 새롭고 신선한 얼굴을 찾고 있다. 대중 매체를 효과적으로 다루는 방법은 자신을 밝힐 준비가 완전히 갖춰질 때까지 무명성을 유지하다가 자신을 밝힐 때 한 번에 최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명심해야 할 것은 홍보나 커뮤니케이션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소비자 마인드에 포지션을 확립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이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상품을 갖고 있는 무명의 회사는 잘 알려진 상품을 갖고 있는 회사보다 홍보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앤디 워홀(Andy Warhol)은 "미래에는 어느 누구든 15분이면 유명해질 수 있다."라고 예언한 바 있다. 언제나 그 15분이 기업들에게 주어지면 매분 매초를 최대한으로 활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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