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학/경제학이야기

스타벅스 커피 문화의 새 장을 열다

by 발칙한상상가 2023. 1. 10.
반응형

뉴욕시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하워드 슐츠의 어린 시절은 풍족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섯 명의 가족이 침실이 두 개뿐인 작은 아파트에 살았는데 저소득층 대상의 공동주택단지에 있던 그 아파트는 한 빌딩에만 150세대가 살았고 엘리베이터도 하나뿐인 그런 곳이었다. 슐츠에게 사업을 하겠다는 꿈은 애초에 없었다. 그의 유일한 꿈은 그 공동 주택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학교를 마친 그는 앞으로 뭘 하면서 살아야 할지 몇 시간씩 고민하곤 했지만 뚜렷한 영감이 떠오르지도 않았고 소명을 발견하지도 못했다. 그러다 제록스(Xerox)의 영업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거기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영업에 천부적 소질을 보였고, 회사 내에서 최고의 영업사원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했다. 각종 세일즈를 통해 경력을 쌓은 그는 실력을 인정받아 드립 커피머신을 포함해 여러 제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해마플라스트(Hammarplast)라는 스웨덴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슐츠는 승진을 거듭해 부사장이자 한 팀의 영업 사원들을 이끄는 사업부 대표가 되기 이른다. 그들의 주요 고객 중에는 미국 북서부에 자리한 작은 커피원두 회사도 있었다. 시애틀에 위치한 그 회사는 엄청나게 많은 드립 기계와 플라스틱 콘 필터를 사들이고 있었기에 슐츠는 이 회사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훌륭한 영원사원들이라면 그러하듯 슐츠도 최고 고객인 그 회사를 방문하기로 했다. 이 회사의 주주들을 만난 자리에서 슐츠는 곧장 그들이 하는 일에 매료됐다. 그 회사가 가진 커피에 대한 혜박 한 지식과 원두를 선택하는 관점에 깊은 감명을 받은 것이다. 그 회사의 운영 방식 또한 매력적이었다. 그가 시애틀을 떠나면서 "하느님, 이 얼마나 멋진 회사이며 멋진 도시인지요, 저는 이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라고 중얼거리며 걸어 나왔을 정도였다. 1년 후, 그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그 원두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렇게 원두 회사에서 일하던 슐츠는 밀라노에서 개최된 국제 가정용품 전시회 참석 차 이탈리아로 출장을 가게 된다. 거리를 걸으며 화창하고 따뜻한 가을 날씨를 즐기던 어느 날, 그의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바로 각 동네와 거리 곳곳에 자리한 에스프레소 카페들이었다. 이탈리아의 커피 문화와 처음으로 마주친 순간이었다. 그는 직접 이탈리아의 커피점들을 둘러봤다. 그곳은 단순히 커피를 파는 매장이 아닌 그 지역 사람들이 둘러앉아 만남을 갖는 모임의 장소였다. 그는 살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장소였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매일 경험하는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미학적 장소였다. 이때가 1983년이었음을 생각해 보라, 미국에서는 이런 유형의 라이프 스타일이 결코 나타난 적이 없었다. 슐츠는 즉시 이탈리아에서의 커피 경험이 풍기는 남만주의에 끌렸고, 그의 머릿속에는 '이걸 미국으로 가져가야 하는데'라는 생각 밖에 없었다. 그가 관찰한 바로는 이탈리아 커피점들이 풍기는 그 낭만성의 비밀은 그들이 창조한 '만남의 장소'에 있었다. 그는 여기에 '제3의 장소'라는 이름을 붙였다. 우리 삶에서 제1의 장소가 집이고, 제2의 장소가 직장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제3의 장소는 뭔가 새로운, 그가 미국에서 만들어내야 하는 장소였다. 

출장에서 돌아온 그는 자신이 일하던 원두 회사 주주들에게 자신의 경험에 대해 설명하고, 그 경험을 미국으로 꼭 가져오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그의 회사는 원두를 파는 소매기업이었을 뿐 식당이나 커피점이 아니었다. 주주들은 슐츠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주주들을 설득했고, 신선한 커피를 팔매할 카페 한 곳을 열 수 있었다. 그 시험용 카페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주주들은 그 방면으로 진출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슐츠는 주주들을 설득해 더 많은 커피점을 여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독립을 결심했다. 그는 '일 지오날레(IL Giornale)라는 이름의 작은 커피점을 열었고, 자신이 일하던 원두 회사의 원두를 사용해 내린 커피와 에스프레소 음료들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슐츠는 자신이 다니던 원두 회사의 이름을 좋아했다. 그래서 원두를 계속 구매하면서 언젠가 그 이름을 자신에게 팔 의향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었다. 원두 회사 주주 중 한 사람은 슐츠를 전폭적으로 지지했고, 2년 후에 그들은 슐츠에게 회사의 상호를 매각했다. 그 회사의 이름은 바로 스타벅스(Starbucks)였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던 커피점 이름을 일 지오날레에서 스타벅스로 바꿨고, 전 세계인이 알고 사랑하는 브랜드로 구축했다. 슐츠에게 그 회사의 기원은 그저 커피나 원두가 아니었다. 진정한 차별성은 이탈리아에 존재하는 제3의 장소에서 경험한 것들을 창조하는 일이었다. 슐츠는 자신이 느꼈던 즐거움과 낭만을 똑같이 경험할 수 있는 물리적인 장소를 만들고 싶었다. 슐츠가 스타벅스와의 여정을 시작했을 때, 그는 제3의 장소를 처음 경험했던 그 순간의 이야기를 모든 상황에 써먹었다. 또한 이 이야기를 활용해 일 지오날레를 열자고 파트너들을 설득했다. 또한 자신의 매장에서 커피를 판매하면서도 음료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고객에게 들려줬다. 그 음료들이 이탈리아의 어느 지역에서 왔으며 어떻게 해서 지금과 같은 이름을 갖게 됐는지 말이다. 그는 그 경험을 활용해 당시에는 한 곳뿐이었지만 곧 전 세계로 퍼질, 작고 허름한 자신의 커피점에서 일할 사람을 고용하기도 했다. 독립을 하게 되자 그는 이 경험을 활용해 파트너들을 모으고 자금을 조달했다. 제3의 장소 이야기는 너무나 강렬한 비전이었고, 설득력 있고 강하게 끌리는 아이디어였기 때문에 스타벅스는 현재 연간 매출액이 160억 달러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커피 회사가 됐다. 스타벅스는 전 세계 65개국에 2만 1,000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애플, 코카콜라, 맥도널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 중 하나가 됐다. 

스타벅스가 오늘날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은 듣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슐츠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 때문이다. 오늘날 미국과 전 세계 거리 모통이마다 커피점이 자리 잡게 된 것도 슐츠가 이탈리아에서 경험했던 제3의 장소에 대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는 거의 혼자 힘으로, 미국 커피 문화의 초석을 만들어냈다.  TV쇼 '아메리칸 메이드'에서 하워드 슐츠에 대한 영상을 찍고 있을 때, 진행자인 잉그리드 벤더벨트는 슐츠에게 우리 모두가 궁금해하던 질문을 던졌다. "왜 커피죠?"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는 커피와 커뮤니티 측면에서의 커피 경험, 커피의 로망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것이 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제가 진정으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뭔가를 발견했을 때만 그랬을 겁니다." 스타벅스 성공의 핵심에는 항상 커피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브랜드나 이야기를 차별화시키는 요소는 커피 자체가 아니다. 그들이 가진 아이디어의 독특함은 '그들만의 공간'을 창조했다는 데 있다. 이탈리아에서 슐츠 자신이 커피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경험할 수 있던 그 장소 말이다. 그것은 결코 단순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었다. 슐츠에게 그것은 자신이 창조하고 싶었던 경험, 유럽에서 본 것과 같은 삶을 살 수 있는 제3의 장소였다. 물론 스타벅스와 슐츠는 그들의 제품과 서비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스타벅스의 에토스는 이탈리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창조된 사람들이 모여드는 장소에서 나온다. 이 개념이야말로 기업가로서 이야기를 창조할 때 알아야 할 핵심이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당신이 느낀 것과 같은 것을 느끼고 경험하게 해야 한다. 혹은 완전히 같지 않더라도 최소한 그 무게를 똑같이 이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당신은 상대방을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만드는 데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