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점 주인과 빵집 주인이 물물교환을 한다. 고기 한 덩어리에 빵 한 덩어리를 교환한다. 그 거래는 둘 다 에게 이익이다. 빵집 주인은 정육점 주인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빵을 구워낼 수 있다. 돈을 번 빵집 주인은 더 좋은 오븐을 장만한다. 예전보다 빵을 더 잘 구울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손님들도 이익을 본다. 가격은 낮아지고 품질은 높아졌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이런 식으로 세상을 변화시켰다. 거래 당사자 모두가 이익을 얻고, 그렇게 번 돈으로 기계와 설비에 투자해서 생산성을 높였다. 그렇게 이익은 계속 이어진다. 자본주의는 발전하고, 집약하고, 반복되었다. 그리고 결국 괴물이 되었다. 바로 산업화에 의해서다. 여기서 산업화란 실패의 위험을 없애고 현재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힘을 강화해 나가는 과정을 말한다. 산업주의자들은 품질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는 생산적인 경제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던 두 가지를 세계적인 차원에서 바꿔야 한다고 외쳤다. 첫째, 그들은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산업주의자들은 옛날의 왕들만큼이나 강력한 권력과 많은 돈을 갖고 있다. 그들은 왕의 허가를 얻어 법령을 공표하진 않는다. 대신 광고와 로비를 통해서 그리고 자신을 따르는 모든 이들의 손에 커다란 당근을 쥐여줌으로써 그렇게 한다. 산업주의자들의 축적한 어마어마한 부는 성공에 대한 정의를 바꾸어놓았다. 교육의 본질도 바뀌었다. 또한 대중 광고와 제도 교육, 대량생산의 등장으로 사람들이 시간과 자원을 소비하는 방식 또한 달라졌다. 산업주의자들은 로비를 통해 강변에 공장을 짓고, 폐수를 흘려보냈다. 반복적인 노동직과 지루한 관리직을 제공함으로써 임금을 줄였다. 그러면서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요구했다. 정부와 학교, 과학, 종교 단체의 운영과 관련하여 발언권을 달라고 외쳤다. 이들이 이룩한 높은 생산성으로 사회는 비교적 부유해지고, 아이들을 더 잘 먹일 수 있게 되고, 의료 시스템도 좋아지면서 사람들의 불만도 차츰 사그라졌다. 산업주의자들은 우리에게 병원과 CD 플레이어, 휴대전화를 가져다주었다. 무슨 불만이 있겠는가? 하지만 문화적인 변화는 그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멀리 나아갔다. 또 다른 변화가 계속해서 이어졌으며 현재도 진행 중이다. 둘째, 그들은 꿈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1세기가 넘도록 진행된 문화적 세뇌는 위압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사람들은 꿈을 바꾸어야 한다는 산업주의자들의 선전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현대인으로 살아간다는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말은 우리가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인간이라는 존재와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가 되었음을 뜻한다. 산업주의자들은 사람들이 안전과 복종이 가져다주는 혜택을 더 많이 꿈꾸도록 하고자 했다. 그리고 모두가 소비의 쳇바퀴에 자신을 팔아넘기도록, 그래서 더 많이 복종하도록 만들고 했다. 산업주의자들이 만들어놓은 조직의 사다리를 더 많은 이들이 타고 올라가려고 할수록 그들은 이익을 얻는다.
자본주의는 실패를 먹고 성장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하고, 새로운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실패를 먹고 자랐다. 모든 산업주의자는 '대마불사', 즉 덩치가 크면 실패할 일이 없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하지만 그 말은 자본주의가 막다른 골목에 들어섰다는 뜻이기도 했다. 끝없이 덩치를 키워온 산업주의자들이 어떻게 무너졌는지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한 세기에 가까운 노력 끝에 오늘날의 산업 시스템은 근로자보호 공정을 완성시켰다. 이 시스템에서는 도미노피자나 아이폰을 만드는 과정에서 근로자가 잠깐 한눈을 팔아도 문제없다. 시스템이 품질을 관리해 주기 때문이다. 생산라인은 모든 작업과 결과물을 점검하고, 모든 제품의 품질을 오차 범위 안에서 관리한다. 은행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 업무는 ATM과 스프레드시트가 모두 처리한다. 은행들은 업무의 모든 단계를 시스템화, 기계화했다. 이처럼 생산 현장에서 '인간적인'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산업 시스템은 훨씬 더 값싸고 적은 노동력으로 우수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게 있다. 경제와 산업화를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인 윤리학이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빠르고 값싸게 생산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대신, 인간적인 요소를 제거해 왔던 모든 시고에 대해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게임에 이이고 있다고 해서, 그게 꼭 좋은 게임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산업 시대에 표준화는 선택이 아니었다. 표준화 없이는 산업화도 없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연결경제에서 독창성과 아트는 선택이 아니다. 연결 없이는 우리 앞에 놓인 과제를 해결할 도리가 없으며, 아트 없이 연결은 불가능하다. 과거의 안전지대는 사라졌다. 이제 새로운 안전지대로 들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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