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만이 아니라 기존의 대기업에 혁신이 일어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이 있을까? 이를 깊이 통찰한 이가 크리스텐슨과 함께 다트머스대학교 터크 캠퍼스의 비제이 고빈다라잔이다. 스티브 잡스와 같은 카리스마에 기대지 않고 어떻게 하면 조직으로서 체계적으로 큰 혁신을 탄생시키고 키워낼까. 그러한 처방전을 찾는 것이 그이 꿈이자 연구목적이었다. 늙은 코끼리를 구하는 10가지 방법에서 그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단 가능하기는 하지만 간단하지는 않다. 망각, 차용, 학습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신규사업을 할 때는 절대 기존 사업에서 인사, 경리, IT 기능을 차용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야말로 필요한 속도와 발상에 족쇄가 되기 때문이다. 주요 기능인 연구개발, 마케팅, 생산, 유통에서도 차용하는 것은 한두 가지 기능에 그치라고 그는 말한다.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채용하면 도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학습 과정에서는 신규사업을 할 때 실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중심을 두지 마라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이 첫 번째 목표여야 한다고 단언했다. 목표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는 기존 기업의 문화는 큰 도전을 방해한다. 하지만 도전하고 실패를 통해 배우지 않으면 신규 분야에서 성공할 수 없다. 기존 사업에서 꽤 독립했다고 해도 그 힘을 차용하기 위해 경영자는 신규사업을 리더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조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대기업 아날로그 디바이스는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고 맴스(실리콘이나 수정, 유리 등을 가공해 초미세 기계구조물을 만드는 기술)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창업회장은 맵스의 사업본부장을 겸임하는 비상수단을 써가면서까지 이 새로운 혁신 사업을 보호하고 키워냈다. 하지만 사업이 흑자를 낸 것은 창업한 지 15년 후의 일이었다. 고빈다라잔이 찾아낸 대기업의 혁신을 위한 성공 조건은 사업 경영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혹독한 것이었다. 스티브 블랭크와 그의 제자 에릭 리스는 혁신을 지향하는 스타트업 기업에 그 설립방법을 제사했다. 블랭크는 과거에 8곳의 스타트업 기업에 참여하여 그중 4곳을 주식 공개로 이끈 마술사다. 그는 그 마술의 비밀을 공개했다. 바로 4 스텝, 17단계, 64 항목으로 구성된 고객 개발이었다. 사업 초기는 고객 발견, 고객 집중(팔아서 검증), 고객 개척, 조직 구축(본격 확대)의 4단계로 진행된다. 고객 검증에서 실패하면 피봇(궤도 수정)하고 고객 발견으로 돌아간다. 블랭크는 스타트업 회사에서는 2팀만 있어도 된다. 상품개발과 고객 개발이다. 마케팅도 영업도 사업개발도 이 단계에서는 필요 없다고 단언한다. 많은 스타트업 기업이 자신들의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을 실현하려고 매진하다 실패한다. 결국 상품은 만들었지만 중요한 고객이 없었다(=팔지를 못했다)며 그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고객 개발 팀을 만들고 고객 발견, 고객 검증 과정을 착실히 따르는 것이다. 그는 이 개념을 미국 서해안에 있는 대학과 창업가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를 중심으로 널리 알렸다. 스탠퍼드대학교, UC버클리,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등 그 수강생들 중에서 블랭크가 지금까지 가르친 학생 중 최고라 칭송한 이가 에릭 리스였다. 예일대학교 재학 중 이미 창업에 뛰어들었던 리스는 졸업 후에 창업의 본고장 실리콘벨리로 이주한다. 그리고 또 한 번 창업에 실패한 후 3D의 SNS(귀여운 아바타가 특징)를 만들기 위해 IMVU(온라인 사이트)를 기획한다. 2004년의 일이었다. 이때 그는 블랭크와 만난다. 블랭크는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IMVU에 출자했으나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간부 중 한 명은 반드시 자신의 고객 개발 강의를 받을 것 이때 선발된 사람이 당시 최고 기술경영자였던 리스였다. 리스는 블랭크에게 배운 것을 IMVU에 실천했다. 새로운 상품 버전이 올바로 고객을 잡아오고 있는지 아닌지 구글의 애드워즈 등을 활용하며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나아가 리스는 블랭크의 이론을 확장하는 동시에 도요타가 만들어낸 린 생산방식의 개념을 조합시켜 스타트업 경영에 도입한다. 필요 없는 것을 만들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리스는 많은 실패 경험을 통해 해 보자 정신이 회사를 무너트린다는 것을 배웠다. 엔지니어는 모르면 일단 해보자며 무작정 프로그램을 작성해간다. 아무리 그것이 빨라도 그 성과를 검증할 수 없으면 소용없는 것이다 그는 생각했다. 고객에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품은 전부 낭비다. 그것을 검증하지 못하는 제품, 배울 게 없는 제품은 전부 낭비다. 그 가설 검증 사이클을 리스는 구축·측정·학습 사이클이라 부르고 검증을 위해 만든 시제품을 MVP라고 이름 붙였다. 최우수 선수가 아니라 실용 가능한 최소한의 제품을 뜻한다. 엔지니어는 불완전한 것을 사람들 앞에 내보이는 것을 싫어한다. 게다가 이왕 만드는 김에 이것저것 집어넣으려고 한다. 그러면 안된다 검증해야 하는 아이디어만 집어넣은 최소한만 변경한 제품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조 실험이 불가능하여 시간도 인력도 낭비하게 된다. 자세히 말하자면 MVP를 할 때 꼭 시제품을 만들 필요도 없다. 가설 검증만 할 수 있다면 보이지 않는 곳은 수작업을 하고 동영상만으로 검증해도 상관은 없다. 리스는 IMVU를 통해 매우 신속하게 구축·측정·학습의 시행착오 사이클을 실행했다. 많을 때는 하루에 50회나 IMVU는 리스의 린 매니지먼트 아래 변혁을 거듭하여 2006년에는 1,900만 달러의 자금조달에 성공한다. 블랭크는 고객 개발에서만 피봇(궤도수정)을 제창했으나 린은 경영 전체에 그것을 도입했다. 비전은 함부로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은 바꿔도 상관없다. 아니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단 두 발을 한쪽으로 기울여서 움직이면 쓰러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한 발씩 중심을 유지하면서 그래서 피봇을 하는 것이다. 리스가 집필한 <린스타트업>의 부제는 끊임없는 혁신이다. 도요타 생산방식 카이젠(개선)이 끊임없는 향상임을 의식한 것이다. 전략은 개선하면서 확정될 때까지 승부에 나서지 않는다. 제공 가치가 높고 아이디어를 검증할 수 있는 작업만을 선별한다. 이를 MVP를 이용하여 초고속으로 개선, 검증한다. 린스타트업은 이를 통해 혁신의 성공확률을 극적으로 올리려는 것이다. 대상이 벤처든, 대기업의 신규사업이든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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