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세계 최대의 컴퓨터 제조업체 IBM은 세전 손익 90억 달러(11조 9,025억 원)라는 엄청난 적자를 냈다. 인터넷에 당한 것도 컴퓨터 분야에서 실패했기 때문도 아니다. 스스로의 크기를 감당하지 못한 탓이다. 결국 전후 3년간 150억 달러(19조억 원)의 적자를 내고 IBM은 빈사상태의 코끼리로 조롱을 받았다. 이제 남은 것은 해체를 통해 몸을 가볍게 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생각했다. 1993년 4월 IBM에 말단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엘리트 CEO 존 에이커스가 파면되고 후임으로 첫 사외 출신 CEO 루이스 거스너가 뽑혔다. 그는 주변의 기대에 반하여 IBM을 해체하지 않고 서비스 회사로 바꾸는 전략을 선택했다. 비전 따위 필요 없다. 필요한 것은 시장에 있던 전략이다. 시장에 나와서 시장에서 매일 행동을 일으켜라 그 전략을 거스너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비즈니스로의 전환이라고 정하고 다음에 주력했다. 핵심상품인 메인프레임기 가격을 대폭 내려 점유율을 회복, 단순한 수직통합 모델을 버리고 타사 제품도 받아들이는 개방화를 추진하고 팀 제도를 통한 통합적 솔루션을 제공 IT업계가 수평분업(하드웨어와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조합)으로 질주하는 가운데 IBM은 정보기술의 최강 개혁자로서 기업고객의 기대에 부응했다. 처음에는 조직이 쉽게 변하지 않았다. 외부에서 온 거스너에게 반항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반대로 임원들은 모두 즉석에서 셔프의 색깔을 거스너에 맞출 정도로 상사에게는 순종하고 현장에서는 판매 1위로 밀어불일 완력은 있지만 절차는 정확히 지키는 우수한 인재들이었다. 그래서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 상명하달의 관료형 리더십은 서비스업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스너는 IBM 사내를 조사하고 솔루션 비즈니스에 적응하고 성과를 올린 리더들의 방식을 철저히 조사했다. 우선 스타일적으로 자신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솔선수범이 아니라 팀워크를 끌어내는 것을 중시하였고, 의사결은 절차 중시의 계층형이 아니라 즉단 즉결의 수평형으로, 동기부여는 실적 목표 달성만이 아니라 타인을 변화시키는 것 자체에서 기쁨 추구로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비즈니스의 서비스화를 실현하려면 자율 분산형 리더십 자세가 필요하다. 거스너는 전 세계에서 300명의 베스트 리더를 발탁해서 새로운 팀형 리더십을 교육하는 데 주력했다. IBM은 9년 만에 매출 250억(33조 원) 달러로 신장하는 데 성공했고 그 대부분을 서비스 사업에서 달성했다. 쓰러져가던 거대한 코끼리가 멋지게 춤춘 것이다. IBM이 부활에 성공한 2000년 이번에는 세계 최대의 소비재 업체인 P&G가 위기를 맞이했다. 1998년에 CEO가 된 P&G맨 인 더크 야거는 혁신을 위해 연구개발 중시, 제품 개발력의 강화, 속도 향상 관료형 조직의 파괴, 특허출원 추진 등의 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성급한 개혁은 비용 삭감(연구개발을 제외하고)의 광풍 속에서 목표만을 높게 잡는 바람에 신제품은 일제히 불발에 그쳤다. 2000년에 야거의 후임으로 들어온 새로운 CEO 앨런 래플리는 주요 브랜드로의 자원 집중을 꾀하는 동시에 더 점진적인 개혁에 나섰다. 단 시점은 완전히 정반대였다. 래플리는 야거와 마찬가지로 근속연수가 오래된 말단부터 사장 자리에 올라온 P&G맨이었으나 자사 편중이 아닌 외부 시각과 자원을 중시했다. 소비자가 보스라는 생각으로 소비자 정보수집과 분석을 강화하고 소비자의 생활실태와 자주 보는 웹사이트 조사,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제품 개발을 개방화하고 사내 기술의 반강제적 특허 임대(라이선스 아웃), 사외 기술의 적극적 도입(연계개발) 하였다. 래플리가 CEO로 취임한 2001년에 P&G 신제품 중 외부에서 아이디어와 기술, 상품을 채용한 것은 20% 이하였으나 2006년에는 3분의 1 이상으로 절반을 외부에서 들여왔다. 리버루지식 수직통합적 중앙연구소는 해체되고, 각각이 명확한 목적을 가진 작은 단위로 재편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는 전 세계의 기업과 외부 연구자들을 연결해 신제품을 만들어냈다. 이 개방된 네트워크형 조직, 프로세스는 무척이나 복잡하고 불확실하다. 실제로 이를 통해 다양한 히트상품이 탄생했으나 내년에는 어떤 곳과 새로운 제휴관계를 맺을지 예측이 불가능하고 그 매출이 줄 효과 등도 알 갈이 없다. 분산화된 네트워크형 조직의 시대에는 이러한 영웅 타입의 CEO가 아니라 전문성과 외부와의 협력을 중시하고 복잡성과 애매함을 참아낼 수 있는 타입의 CEO가 필요한 것이다. 래플리는 많은 거대한 브랜드를 키워내고 2005년 질레트의 매수에도 성공하여 P&G의 매출을 배로 증가시켰다. 처음에는 래플리를 가리켜 약간 얼빠진 신임 대학교수 같다고 평가했던 포춘잡지도 어느새 그를 명경영자로 칭송하게 되었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추진에는 복잡성과 애매함을 관리할 수 있는 협업을 중시하는 CEO가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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