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3월 1일 미국에서 최초의 종합 할인점 디스카운트 스토어가 탄생한다. A&P나 울워스 같은 중소 점포가 아니라 수만 가지 아이템을 취급하는 박리다매의 대규모 잡화 점포가 생겨난 것이다. 바로 K마트다. K마트는 이미 중소백화점을 거느린 커다란 규모의 일용잡화 체인이었으나 사장 해리 커닝햄은 주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종합 할인점으로 단숨에 업태 전환을 시도했다. 그해에만 18개 점포 4년 후 162점포의 문을 연 K마트는 2개월 후에 같은 할인점포를 연 다른 회사를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종합 할인점은 수만 가지 아이템을 취급하기 때문에 팔지 못하는 상품을 대량으로 떠안고 있어야 했다. 그래도 인구가 많은 큰 상권에 집객효과가 높은 원스톱형 대형점포를 낮은 비용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10배의 고객이 오면 10분의 1밖에 팔지 못하는 물건을 구비해도 운영상에는 문제가 없었다. K마트는 적극적으로 도시 교외지역에 대형점포를 열어 규모를 확장해 1980년대 초에는 시어스에 이어 미국 전체 2위의 소매업체가 되었다. 샘 월튼이 최초로 종합 할인점을 낸 것도 1962년이다. K마트가 점포를 낸 지 4개월 후였다. 당시 44세였던 월튼은 형제와 함께 16개 점포를 소유한 중소기업 사장에 불과했다. 그는 인구 6,000명도 안 되는 소도시에 처음 월마트를 열였다. 시골 마을을 본사로 둔 월마트는 완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17년 후인 1979년에도 점포 수가 275곳으로 K마트의 6분의 1에 불과했다. 하지만 1980년 전후 성장세가 주춤해진 경쟁사에 비해 월마트는 급격히 성장해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40%를 넘었고 이익률도 경쟁사의 배 이상을 유지했다. 그리고 1990년 마침내 월마트의 매출은 K마트를 앞지른다. 더 싸고, 더 많은 상품이 있는 월마트가 거대한 경쟁사인 K마트를 넘어선 것이다. 구매비용이 매출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종합 할인점에서 월마트는 어떻게 자신보다 수배나 큰 경쟁사보다 값이 싼 상품을 풍부하게 구비할 수 있었을까? 보통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월마트를 지탱한 것은 많은 점포를 연결하는 독자적인 유통센터였다. 1970년에 최초로 개설한 센터는 1986년 8군데로 18만 평에 달했다. 센터 한 곳당 반경 240 ~ 480km에 있는 점포 100 ~ 175개의 물류를 담당했으므로 모든 상품을 아무리 소량이라도 발주한 지 48시간 안에 받아볼 수 있었다. 원래라면 최소한 매출 이틀 치의 재고가 점포에 있어야 하지만 독자적인 유통센터 덕분에 재고를 매대에 쌓아놓지 않아도 점포를 운영할 수 있었다. K마트 등에 비해 점포가 시골(소도시)에 있어서 점포당 매출고는 적었지만 그 대신 재고 회전율이 높았고 반품과 폐기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월마트는 대도시 입지가 전제였던 종합 할인점이 중소도시에 입지 해도 수익을 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소도시는 대개 경쟁이 적은 동시에 인구의 신장세가 두드러지는 곳이었다. 나아가 일단 점포와 유통센터를 잇는 물류 네트워크가 잘 구축되면 지역 도미넌트(지배)가 가능하다. 경쟁사가 같은 네트워크를 쌓아봤자 큰 리스크를 동반하게 되므로 월마트는 지속적인 우위성을 얻게 된다. 2000년경에 월마트의 업계 점유율은 70%를 넘어섰고 2002년에 K마트는 결국 파산했다.
K마트 | 월마트 | |
고객 | 대도시 소비자 | 중소도시 소비자 |
제공가치 | 특매, 싸고 풍부한 상품구비 | 언제나 저가격, 싸고 풍부한 상품구비 |
수익 구조 | 대규모 점포에서의 구매, 배송효율 향상 | 중간 규모 점포의 네트워크화로 사업규모와 재고 회전율 향상, 낮은 경비율 |
기업능력 | 전체로서의 구매규모 | 유통센터, 저비용 오퍼레이션 |
세계 최초의 편의점(convenience store)은 텍사스주의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도시에서 탄생했다. 냉장고 없던 시절 연중무휴로 16시간씩 영업을 하면서 비즈니스에 열을 올리던 얼음가게에서 생활필수품도 취급하게 된 것이 편의점의 시초였다. 1927년의 일이다. 그 점포는 그 후 세븐일레븐의 원래 모회사인 사우스랜드가 되었다. 잡화 체인이 번성하고 백화점과 슈퍼마켓, 종합 할인점이 전국으로 확산되던 1960년대 집 근처 편의점도 미국 전약에 퍼졌다. 본사 주도의 가맹점 시스템인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그 비약의 원동력이었다. 본사가 구매와 운영 노하우를 일괄 관리함으로써 규모의 효과를 살리는 동시에 가맹점 주인의 의욕과 자본을 이용하여 손쉽게 운영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1970년 전후에는 일본에서도 편의점이 확산되기 시작했는데 구체적으로는 1974년 이토요카도 1920년 세워진 일본을 대표하는 유통업체로 할인점, 백화점, 식당을 운영한다. 스즈키 도시후미가 세븐일레븐 1호점을 낸 것이 발단이 되었다. 때마침 대규모 소매점포법이 제정되고, 이토요카도와 같은 대규모 점포와 지역 소매점과의 공존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스즈키는 단순히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약자의 입지 강화 = 소매점의 편의점화에 해답이 있다고 믿었다. 고생 끝에 스즈키 도시후미는 일본에서의 사우스랜드 프랜차이즈권을 따냈다. 하지만 제공하는 메뉴얼과 노하우는 대부분 일본에서는 쓸 수 없는 것이었다. 스즈키는 그 사실을 알고 엄청난 실패를 했다고 느끼면서도 사우스랜드에서 한 달 동안 연수를 받는 내내 원칙을 이해하여 어떻게 환골탈태를 해서 일본의 다른 환경에 적용할까를 생각했다. 스즈크 도시후미의 고난의 길이 시작된 것이다. 사우스랜드의 메뉴얼에는 '햄버거 등의 패스트푸드를 판매하라'라고 적혀 있었으나 스즈키는 그것을 고기만두, 찐빵, 초밥, 주먹밥으로 재해석했다. 사우스랜드에서는 직영점이 60%를 차지했는데 그래서는 지역 소매점을 지원하는 의미가 없으므로 1호 점부터 프랜차이즈점으로 밀고 나갔다. 사우스랜드에서는 자동발주 팔린 만큼 납품한다가 중심이었으나 발주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점포 주인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서 발주하는 구조를 고집했다. 하지만 사우스랜드가 취한 편의점의 주요 원칙은 바꾸지 않았다. 유통센터를 통한 일괄 납품과 본사 시스템이 주도하는 사무대행, 본사에서 파견한 카운슬러의 경영지도 등이 그 예였다. 빵, 과자, 주먹밥, 아이스크림부터 화장품, 휴지, 잡지, 술, 담배까지 3,000개가 좀 안 되는 아이템밖에 취급하지 않았으나 그 폭이 종합 할인점에 버금갈 정도로 넓었다. 폭이 넓은 만큼 제조 업체나 도매업체에서 상품을 사지 않으면 안 된다. 매입처만 100개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각 매입처에서 직접 배송을 하면 납품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날이 샜다 그 바람에 배송을 매일 받지 못하고 가게에 재고를 산처럼 쌓아 놓기 일쑤였다. 이것을 지역 유통센터로 전부 모으고 거기에서 필요한 품목을 점포마다 한꺼번에 배송하는 시스템으로 바꾸었다. 덕분에 점포에는 여러 번 필요한 만큼만 배송되었다. 복잡한 매출, 재고관리, 전표처리업무 등을 자동화하기 위해 NEC나 NRI와 협력해서 1982년에는 POS(판매관리)와 EOS(재고관리), 컨트롤러 시스템 등을 만들었다. 또한 점장이 알아보기 쉽게 차이 금액 등을 색깔별로 표시하는 것을 고집했다. 필드 카운슬러의 담당점포는 최대 8개로 제한하여 각 점포별 경영지도에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연수, 훈련을 철저히 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도미넌트 출점이 전제되어야 한다. 반경 10km 안에 점포가 존재해야 물류와 식품 생산, 경영지도와 광고선전까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 후 세븐일레븐 재팬은 크게 도약했으나 사우스랜드는 1991년에 결국 파산한다. 무리한 가격 인하와 재고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미국 편의점 업계의 급신장에 자극을 받은 사우스랜드는 승산이 없는 싸움에 나섰다. 동시에 자동발주 실패로 팔리지 않는 상품이 좁은 매대를 차지하면서 상품수가 줄어들자 고객이 떠났다. 스즈키는 사고 싶은 상품이 언제나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는 편리성을 고집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원리원칙이라면서 예를 들어 고기만두를 사러 온 고객이 고기만두가 없으면 짜증을 내며 돌아갈지언정 찐빵을 사지는 않는다. 팔고 남은 것을 폐기 처분하고 고객이 자주 찾는 상품을 늘 구비해놓는 것이 고객만족과 점포경영을 위한 핵심인데 그러기 위해 그가 편의점 업계에 도입한 것이 단품관리라는 개념이었다. 세븐일레븐 재팬의 모회사였던 이토요카토에서는 POS를 도입하기 훨씬 전인 1965년 무렵부터 단품관리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해진 날마다 조사 대상 아이템을 변경하여 수작으로 그 매출 수와 재고 수를 세고, 정합성과 순수익을 조사했다. 매출이 오르지 않은 이유가 재고가 떨어져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재고가 떨어진 것은 점포가 상품을 늦게 채운 탓인지 창고에 없던 탓인지 등을 매일 전품목을 대상으로 확인했다.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기본을 철저히 하자는 1982년 이래 이토요카도의 경영 슬로건이다. 잘 팔리는 상품의 변화를 재빨리 파악하고 잘 안 팔리는 상품은 진열대에서 얼른 치워서 변덕스러운 소비자 마인드 급속한 사업환경 변화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이렇게 세븐일레븐은 이토요카도와 함께 변화 대응 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이는 고도의 정보시스템과 막대한 수의 점포 주인, 그들을 둿받침하는 필드 카운슬러 같은 인적자원의 의욕, 능력과 깊은 관계가 있다. 세븐일레븐의 한 점포당 매출고는 경쟁 점포보다 20% 이상 높고 점포 수도 일본 최대다 1991년 세븐일레븐 재팬은 사우스랜드를 매수하여 세계 각지의 세븐일레븐을 산하에 두었다. 스즈키 사장이 맨 처음 사우스랜드 간부들에게 실시한 것은 단품관리 연수였다. 그것이야말로 편의점 경영의 원칙이라면서 이다.
소비자 | 프랜차이즈 | |
고객 | 근처에 사는 소비자 | 술가게, 음식점, 담배가게 등 |
제공가치 | 상품구비의 폭, 저렴하지 않으나 편리함 | 유통센터를 통한 일괄 납품 본사 주도의 사무대행, 경영지도 |
수익구조 | 정가판매에 따른 높은 순수익 식품류 판매에서 얻는 높은 순수익 재고손실 낮음 |
점포 순이익의 점유 |
기업능력 | 단품관리 : 경영지도능력, 연수와 메뉴얼, 도미넌트 출점에 따른 유통센터 -효율과 광고효과, 신상품 개발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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