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최초의 마이크로 프로젝트는 전력적 논의라든가 철저한 계획 같은 것 없이 젊은 제품개발자와 마케팅 담당자의 작은 시도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그들은 다가올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상의하다 보물찾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1시간마다 크리스마스 보너스 1,000유로를 주는 행사로, 사이트 홍보도 되고 회원을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이보다 확실한 것은 없을 것 같았다. 그날 밤 제품개발자는 친구들에게도 의견을 묻고는 열광적인 반응에 신나 급히 사무실로 돌아가 팀원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등록 페이지, 단서 1시간짜리 카운트다운 시계, 기타 보물찾기 행사에 필요한 요소들을 만드느라 월요일 아침까지 쉬지 않고 작업했다. 독일 이베이 사이트가 캘리포니아 새너제이로 이전된 지도 오래됐기 때문에 본사가 정해놓은 절차상 독일 팀이 그 이벤트 건을 올리려면 이베이 HTML 팀을 거쳐야 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시즌이 코앞이라 독일 팀으로서는 허비할 시간이 없었다. 고민하던 와중에 팀원 한 명이 알란도 시절에 사용하던 서버를 이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물론 이는 사이트 수정에 관한 본사의 규정을 어기는 일이었다. 월요일 아침에 출근한 제품부 팀장 마티아스 샤퍼는 팀원들의 낌새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는 팀원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열심히 하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이벤트 건에 대해 들었다. 그는 제품개발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데, 지금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 거야?' 그러나 일은 이미 저질러졌고 돌이킬 방법은 없었다. 본사를 거치지 않고 홈페이지 수정을 하면 기술상 그리고 보안상 위험이 있었다. 그럼에도 독일 이베이 경영진은 이 계획을 막지 않았다. 본사의 승인을 밟다가는 크리스마스 대목이 끝날 것이라는 절박감도 작용했지만, 독일 이베이의 조직문화도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데 한몫했다. 이베이에 합류한 지 4년이 됐지만 독일팀은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해보고 싶은 의지가 강했다. 보물찾기 행사는 빅맥 무료 쿠폰에서부터 페라리를 1파운드에 파는 행사에 이르기까지 알란도 시절의 숱한 파격 이벤트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과연 이벤트에 대한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그러나 너무 폭발적이었던 나머지 1000만 명의 응모자 몰리면서 지역 서버에 있던 이벤트 사이트가 다운돼 버렸다. 부랴부랴 장비를 더 투입해 겨우 위기를 넘기고 나니 또 다른 문제들이 연이어 터졌다. 특히 해커들이 보물을 찾을 수 있는 스크립트를 작성하는 것이 큰 문제였다. 독일 팀의 기술진은 해커의 진입을 차단하는 한편 버그를 신속히 수정하고 사이트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감시하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 당시의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완전히 미친 짓이었지만 매 순간 배우는 것이 있었다. 어쨌든 이벤트가 성공한 것만은 분명했다. 이 행사로 트래픽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몇 주 후 독일 이베이는 두 번째 마이크로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이번에는 '필요 없는 크리스마스 선물 처분하기' 행사였다. 이때에도 사이트 트래픽이 크게 증가했다. 이것을 본 그로스-셀벡은 본사의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신속하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진해볼 길이 열렸음을 감지했다. 그리고 사이트 전체가 아니라 일부를 수정하는 문제라면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독일 팀은 유스투스에게 마이크로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첫 번째 마이크로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을 설명하는 독일 팀의 목소리는 흥분에 차 있었다. 유스투스는 앞으로 추진할 마이크로 프로젝트 계획을 들으며 뿌듯함을 느꼈다. 유스투스 자신이 최근까지 이들을 이끌면서 스타트업의 도전정신과 패기를 잃지 않으려 애써오지 않았던가! 독일 이베이의 회원 커뮤니티를 구축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해보려는 이들의 열정은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았다. 그러나 본사의 관리자가 된 지금으로서는 달라진 상황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마이크로 프로젝트는 알란도 시절에 대한 오마주일 수는 있으나 이제 독일 이베이는 기발함과 참신함으로 승부하던 스타트업이 아니었다. 보물찾기 이벤트를 할 때 실제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으며, 독일 이베이의 활동이 글로벌 이베이 플랫폼이라는 더 큰 맥락에서 이루어지면서 글로벌 플랫폼마저 예측 못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회사 전체를 보호하는 것이 유스투스 자신의 역할이었다. 그로스-셀벡 자신도 '안전수칙이 존재한다는 자체가 이 행동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것' 임을 인정했다. 조직체계의 복잡성 때문에 이베이의 제품개발 절차는 중앙집중화되고 체계화돼 있었다. 그러나 유스투스는 알란도가 이베이에 합병되던 당시를 기억했다. 거대 글로벌 플랫폼의 일부가 되는 데 적잖은 문제가 따른다는 것도 알고, 반대로 지역 사이트의 민첩성을 추구하는 것에 그만 한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도 잘 안다. 자신이 지사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8,000킬로미터 떨어진 본사의 복잡한 결재절차를 거쳐야 한다면 속이 타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유스투스는 마이크로 프로젝트를 중단시켜 불필요한 위험을 피할 수 있었고, 그럴 권한도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에게는 독일 지사에 대한 애정도 있었다. 결국 유스투스는 독일 지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단지 옛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빠르게 치고 빠지는 작은 실험이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으로써 일반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신속하게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바람직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려면 신속하기만 해서는 안 되며 내실까지 갖춘 프로젝트여야 한다.' 유스투스는 지역 책임자로서가 아닌 전체 조직의 관리자로서도 마이크로 프로젝트의 가치를 인정했다. 마이크로 프로젝트는 단순히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보는 방법을 넘어 창의력을 발휘하게 하는 유용한 도구였다. 그들은 이베이 사이트에서 매일 산출되는 방대한 정보를 분석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냈고, 이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그럼으로써 효과가 입증된 방침은 유럽과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의욕적인 탐구 즉흥성, 실험, 끊임없는 시도와 학습 덕분에 독일 이베이는 글로벌 이베이의 혁신 동력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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