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수출 촉진 정책은 경제학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는가? 수출업체 입장에서는 위안화 표시 매출을 높여 주어서 도움이 되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신발 업체가 해외에 달러로 신발을 팔고 그 돈을 중국에서 위안화로 바꾸면 달러 표시 가격이 동일해도 위안화 가치가 낮으면 위안화로 바꾸면 달러 표시 가격이 동일해도 위안화 가치가 낮으면 위안화 표시 매출이 커진다. 그리고 수출품의 달러 표시 가격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는 외국 구매자들 사이에서 중국 제품의 수요를 증가시켰고 그에 따라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중국 제품이 평판을 쌓는 데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또 이렇게 해서 높은 수익을 올리게 된 수출업체들은 더 많은 자본을 축적하고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소비자들에게는 해가 되었다. 외국 통화가 위안화에 비해 비싸져서 수입품 가격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이러한 환율 정책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중국의 무역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분명하게 말하기 어렵다. 우선 중국 정부는 위안화 평가절하 외에 다른 수출 촉진 정책들도 사용했다. 2010년에 환율 조작을 그만둔 뒤에도 중국은 계속해서 수출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둘째 환율 정책이 없었다면 수출 확대가 더 느리게 이뤄졌을 수는 있지만 국내 시장이 더 빠르게 증가해서 생산량을 흡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날 중국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중국에서 소비된다. 또한 수출 촉진 정책이 중국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해도 다른 나라들에서도 동일한 전략이 효과가 있을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그렇다.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의 막대한 규모와 수출 경쟁력은 다른 나라들이 수출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커다란 요인이다. 평판을 얻는 과정이 얼마나 불안정했는지 딱 맞는 연줄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수출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장벽을 깨야 하는지 등을 생각할 때, 국제 시장에 진입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가난한 나라의 경제를 향상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일지는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밴스의 2016년 저서 『힐빌리의 노래』는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한 미국의 뒤처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 책에서는 어디까지 피해자를 탓할 수 있는가에 대해 저자가 느끼는 양면적인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책의 배경인 애팔래치아 지역의 경제가 공동화된 원인 중 하나는 중국과의 무역이었다. 여기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리라는 것은 스톨퍼-새뮤얼슨 정리가 시사하는 바다. 이 이론에 따르면 부유한 나라에서는 교역을 하면 노동자들이 피해를 본다. 정작 놀라운 것은 교역이 야기한 고통이 얼마나 지리적으로 집중되어 있는지다. 뒤처진 사람들은 뒤처진 지역에 산다. 데이비드 오터, 데이비드 돈, 고든 핸슨은 인도에서 무역 자유화가 미친 영향을 지구별로 살펴본 토팔로바의 접근 방법을 미국에 적용해 보았다. 중국의 수출은 제조업 그중에서도 특정 제품군에 강하게 집중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의류 중에서만 보더라도 운동용이 아닌 여성 신발류, 아웃도어용 방수 의류 등은 전적으로 중국 제품이 미국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코팅직물 같은 것은 미국에 중국산 제품이 거의 없다. 1991 ~ 2013년 사이에 미국은 '중국 쇼크'를 맞았다. 세계 제조업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1년 2.3%에서 2013년에는 18.8%가 되었다. 이것이 미국의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오터, 돈, 핸슨은 미국 내 각 통근 지역이 중국 쇼크에 얼마나 많이 노출되었는지를 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었다. 만약 중국이 어떤 제품을 미국 외의 국가들에도 많이 수출한다면 그 제품은 중국이 매우 강한 경쟁력을 가진 제품이라는 의미일 것이므로 미국에서 그 제품을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중국과의 교역에서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무역 개방 이후 운동용이 아닌 여성 신발류 수출이 급증했다. 따라서 중국의 무역 개방 전에 미국에서 운동용이 아닌 여성 신발류를 많이 생산하던 지역은 코팅 직물을 주로 생산하던 지역보다 중국 쇼크에 더 크게 영향을 받았다. 오터, 돈, 핸슨은 각 통근 지역의 산업 구성을 분석해 그곳에서 주로 생산되던 제품들을 알아낸 뒤 중국이 그 제품들을 유럽에 얼마나 많이 수출하는지로 가중치를 부여해 각 통근 지역이 중국의 수출 경쟁력에 대해 얼마나 취약한지 나타내는 중국 쇼크 지수를 계산했다. 미국의 각 지역은 주된 생산품이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중국과의 무역에서 서로 다르게 영향을 받았다. 중국 쇼크로 타격을 가장 크게 입은 지역에서는 제조업 분야에서 상당한 고용 감소가 발생했다. 놀라운 것은 이들 지역에서 노동력이 새로운 종류의 일자리로 옮겨가는 재분배 효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지역에서 사라진 전체 일자리 수는 중국 쇼크로 타격을 받은 업종에서 사라진 일자리들을 합한 것보다 대체로 더 많았고 더 적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는 아마도 산업이 클러스터화되어 있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허리띠를 졸라맸고 이는 지역의 경제 활동을 더 위축시켰다. 비제조업 분야로 제조업 실업자들이 흡수되지도 않았다. 만약 흡수되었다면 무역의 타격을 크게 입은 지역에서 비제조업 분야 고용이 증가해야 하지만 비제조업 분야의 저 숙련 노동자 고용은 무역의 영향을 크게 받은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낮았다. 임금도 이들 지역에서 더 많이 하락했고 특히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이 크게 하락했다. 인근에 중국과의 교역으로 영향을 받지 않은 지역들이 있는 경우에도 노동자들은 그리로 옮겨 가지 않았다. 무역으로 타격을 입은 지역들에서 생산가능인구 연령대인 노동자 수는 줄지 않았다. 그러나 노동을 할 일자리가 없었다. 이것을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스페인, 노르웨이, 독일 등이 모두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중국 쇼크에 영향을 받았다. 즉 이들 국가 모두에서 경제의 경직성은 덫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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