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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경제학이야기

자본잠식-자기 자본이 줄어드는 현상-

by 발칙한상상가 2022.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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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 논란이 제기될 때면 언제나 등장하는 용어가 바로 '자본잠식'이다. 기업이 영업 활동을 통해 순이익을 올리면 자기 자본이 쌓인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순이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적자 때문에 기업이 원래 갖고 있던 자기 자본이 줄어드는 현상을 자본잠식이라고 합니다. 자본잠식은 말 그대로 하면 자본이 깎여나간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기준이 되는 자본은 무엇일까? 회계에서 자본 항목은 크게 자본금과 잉여금으로 구성된다. 자본금은 주식의 총가치로 '발행 주식수 * 액면가'가 기업의 자본금이 된다. 잉여금은 주가가 액면가보다 높을 때 새로 주식을 발행해 발행가와 액면가의 차액만큼 회사가 벌어들인 주식 발행 초과금이나 회사가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한 뒤 회사 내부에 쌓아둔 유보금과 같이 회사 내부에 쌓인 돈을 말합니다. 

  2020년 말 2021년 말 2022년 말
자본금 5,000 5,000 5,000
이익잉여금 (-)1,000 (-)2,000 (-)3,000
자기자본
(자본총계)
4,000 3,000 2,000

그림처럼 회사의 적자폭이 커져 잉여금이 바닥나고 납입 자본금을 까먹기 시작하는 것을 '자본잠식'이라고 한다. 즉 자기자본이 자본금보다도 적은 상태가 되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회사의 적자가 계속되다 보면 결국 납입 자본금마저 사라집니다. 결국 자본이 모두 바닥나게 되고 자기 자본이 마이너스로 접어들게 되는데 이를 '자본 전액 잠식' 또는 '완전 자본 잠식'이라 부릅니다. 주의할 점은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로 가지 않더라도 자본 잠식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자본 잠식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자본 총계가 아니라 바로 자본금이다. 예를 들어 5,000만 원의 자본금으로 출발한 회사가 있다고 하자, 이 회사가 영업을 못해 3,000만 원 손실을 냈다면 자기 자본은 2,000만 원이 된다. 이때 이 기업의 자본잠식률은 60%가 됩니다. IFRS와 자본잠식 2004년 영국 최대 통신사인 브리티시텔레콤의 재무제표를 접한 일반 투자자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어제까지 멀쩡하던 회사가 갑자기 11억 파운드에 달하는 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불과 1년 전 재무제표에서 브리티시텔레콤의 자기 자본이 3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공시했기 때문에 충격은 더 컸다. 이 장부 내용이 사실이라면 브리티시텔레콤의 주식은 당장 휴지 조각이 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여기에는 바로 브리티시텔레콤이 새로운 국제 회계기준인 IFRS를 도입한 것이 단초가 됐다. IFRS에서는 미래에 발생할 수도 있고, 심지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부채라 할지라도 기업이 보기에 갚아야 할 가능성이 있다면 모두 현재의 부채로 잡도록 규정하고 있다. 브리티시텔레콤의 경우 직원들에게 줘야 할 미래의 퇴직금이 모두 현재의 부채로 잡혀 심각한 자본잠식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IFRS가 2011년 전면 시행되면서 한국에서도 이런 광경이 나타나기도 했다. IFRS는 모든 회사의 자산을 공정한 가치로 평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중시에서는 자본잠식이 50% 이상일 경우 관리 종목 편입 사유가 되며, 2년 연속 50% 이상일 때와 완전 자본잠식 상태일 경우에는 퇴출 처리된다. 다만 상장 폐지 사유에 해당하더라도 사업 보고서 제출기한 내에 자본잠식을 해소하고 이를 입증하는 재무상태표와 감사 보고서를 제출하면 상장 유지가 가능하다.

자본잠식 상태에 처한 기업은 최대한 빨리 현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 보통 기업이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가면 주가가 폭락하고 은행들은 빌려줬던 돈을 회수하기 시작한다. 그만큼 회사가 어려워졌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회사는 걷잡을 수 없이 힘든 상태에 처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감자는 부실기업들이 자본잠식을 탈출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감자란 기업의 누적 결손금을 주주의 손실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즉 자본잠식이 자기자본과 자본금의 비교라면 줄어든 자기 자본에 맞춰 자본금도 그만큼 줄이면 된다. 자본금 5,000만 원인 회사의 자기 자본이 2,000만 원까지 추락할 경우 60% 무상 감자를 통해 자본금을 2,000만 원까지 줄인다면 해당 기업은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게 된다. 회계상으로는 자본금이 3,000만 원 줄고 그만큼 감자 차익이 3,000만 원이 발생하면서, 영업으로 발생한 손실금 3,000만 원과 상쇄되는 것이다. 자산 재평가도 자본잠식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 자산 재평가는 기업이 예전부터 갖고 있던 땅이나 기계와 같은 자산이 장부에 과거의 가격으로 반영돼 있을 때, 이를 현재 가격으로 다시 바꿔주는 작업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원래 자산 재평가가 금지돼 있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많은 기업들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거나 잠식 위기에 처하면서 정부는 인위적으로 자산 재평가를 허용했다. 이는 시장 가치를 반영한다는 취지의 IFRS가 자산 재평가를 허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자본잠식에 들어간 기업이 사뒀던 땅이 장부에는 10억 원으로 표시돼 있지만 그 후 땅값이 올라 현재는 100억 원이라면 자산 재평가를 통해 기업의 자기 자본이 90억 원 늘어나므로 자본잠식이 해소되는 것이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 ~ 8월 사이에 자산 재평가를 실시한 코스피 상장 기업의 자본금은 총 1조 1,418억 원 늘어났다. 기업 당 평균 634억 원의 자본금이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자산 재평가에서 주의할 점은 장부상 수치의 변화만 있을 뿐 실제로 바뀐 것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땅값이 다시 떨어지면 기업은 다시 자본잠식 상태에 처할 수도 있다. 유상증자나 기업 이익을 통해 자본잠식을 벗어나는 방법도 있다. 최선의 대안일 수 있겠지만 자본잠식 상태에 처한 기업으로선 어느 쪽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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